29일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가 확실시되는 일본 자민당 지도부가 ‘마침내’ 북한카드를 꺼냈다.
자민당의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25일 유세에서 “북한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무너져 주기를 바라고 있다”며 “(북한의) 무도한 짓거리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아베 총리를 이기게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리 전총리로부터 당내 최대 파벌을 물려받은 마치무라 노부다카(町村信孝) 전 외무성 장관도 23일 유세에서 “여당의 과반수 붕괴를 제일 좋아하는 것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니냐”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벌써부터 (김 위원장의) 큰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북한을 생각해서라도 자민당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했다. 자민당 지도부의 ‘북풍(北風)’ 발언은 선거 막판 유세장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사실 아베 총리처럼 북풍의 덕을 많이 본 일본 정치인도 흔치 않다. 그를 스타로 부상시키며 일약 총리직까지 거머쥘 수 있게 한 것은 일본인 납치문제였다.
총리 취임 전후에 발생한 북한의 미사일ㆍ핵 실험도 아베 정권의 발족과 순항에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일본 정계에서는 “김정일이 아베 정권을 만들었다”는 비아냥이 나왔을 정도였다.
보수세력의 위기 의식을 자극하는 북풍 발언이 연이어 터져 나오는 것은 선거에서의 참패를 걱정하는 자민당의 속내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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