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47년만의 아시아 정상 등극에 실패하며 핌 베어벡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베어벡 감독 스스로 설정한 최소 목표인 4강 진출에는 성공했지만 순탄치 못한 과정을 거쳤고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아 사령탑 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상의 멤버로 대회에 임하지 못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 최종 예선(8월22일)을 앞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감독 경질을 논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감독 경질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베어벡 감독의 지도력에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독일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베어벡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생각하는 축구’로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좁히겠다고 야심찬 포부를 밝히며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 ▲아시안컵 우승 ▲2008 베이징 올림픽 8강 이라는 단계적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도하에서는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고, 아시안컵에서도 천신만고 끝에 4강에 오르는데 그쳤다. 결과 뿐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아시안컵에서 단조로운 공격 전술로 최악의 골 가뭄을 초래했고 경기 상황에 유연히 대처하는 순발력도 떨어져 부실한 내용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반면 현실적으로 감독 경질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다수의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현재 감독의 거취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있다.
우선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는 것이 부담스럽다. 4개국 중 조 1위를 차지해야 본선 진출권을 따낼 수 있는 험난한 일정을 고려했을 때 최종 예선전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사령탑을 교체하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새로운 사령탑을 물색하고 선임하기에는 시간적 여유도 부족하다.
‘베어벡 축구’의 제 색깔을 내기 위한 과정에 있는 만큼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성적 부진으로 중도 사퇴한 움베르토 코엘류, 요하네스 본프레레와는 달리 베어벡 감독은 ‘젊은 피’들을 과감히 발굴, 점진적인 세대교체를 이루고 있는 과정에 있으니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베어벡 감독은 2007 아시안컵에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베테랑들의 부상 공백을 신예들로 메우며 세대교체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확인하기도 했다.
베어벡 감독의 거취와 관련한 논란이 가열되고 상황에서 일본과 치를 3ㆍ4위전(28일 오후 9시35분) 승부는 여른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일신한 경기력으로 일본을 완파한다면 ‘신중론’에 무게가 실릴 수 있지만 승패에 민감한 일본전에서 좋지 않은 내용으로 패배할 경우 ‘강경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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