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억측이 분분했던 탈레반의 요구사항은 결국 ‘탈레반 동료 수감자 석방’이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26일 코리아타임스와의 전화통화에서 “22명의 한국인 인질을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자와 교환하는 것만이 우리의 요구”라며 ‘인질_구속자 맞교환’을 재차 주장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질 납치 직후 요구했던 ‘한국군 즉각 철군’과 ‘구속자 석방’ 등 2개 요구사항 중 군대 철수는 “올해 말까지 철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답변을 수락하는 것으로 해결됐다고 말했다. 남은 한국인 인질을 석방하는데 한국군 철수 문제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는 또 “절대 돈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해 앞으로의 협상은 구속자 석방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는 것을 강하게 시사했다.
탈레반 측이 협상조건을 수감자 석방으로 단일화한 것은 25일 한국인 인질 1명이 살해되고 8명이 일시적으로 석방됐다 다시 억류되는 과정에서 탈레반 내 강경파가 협상 주도권을 쥐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한국 정부에게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은 부분이다.
피랍 사건 당사국이면서도 구속자 석방에 관한 한 한국 정부의 입지는 거의 제로에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그 동안 사실상 유일한 협상 카드라 할 수 있는 ‘몸값에 의한 해결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아마디의 죄수 석방 요구는 이런 가능성을 무산시키면서 결국 한국인 인질의 목숨은 아프간 정부의 조치에 전적으로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디는 8명의 인질 석방이 좌절된 것과 대해서는 “한국 협상팀과 탈레반은 8명의 인질과 수감자를 맞바꾸는 데 동의했지만 아프간 정부가 협상 처음부터 개입해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수감자 석방은 한국 정부의 권한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카불에 있는 한국인들은 아프간 정부를 돕고 있다. 만약 한국인들이 (아프간) 정부를 지원한다면 정부도 그들을 구출해야 하며 한국인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 수감자들을 풀어줘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구속자 석방에 대한 아프간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단호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질 살해가 협상 전략이었다는 것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다. 그는 협상 중 한 명을 살해한 이유를 “한국인들을 압박하고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남은 인질들을 죽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남은 인질들은 건강하며 이들에게 제때 음식을 주고 있다”고 했으나 “더위를 피하게 하고 아플 때 의료적 처치를 할 수는 없다”고 인질들의 건강이 위험수위에 있음을 시사했다. 아마디의 이 같은 발언은 인질들의 건강과 신변을 이용한 심리전을 전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아마디는 언제 한국인을 풀어줄 것이냐는 질문에 “아프간 정부와 한국 협상단에 달렸다”면서 “요구사항(수감자 석방)을 들어준다면 즉시 풀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22명의 인질을 정확히 같은 수의 수감자와 교환하겠으며, “수감자 석방에 대한 우리 요구에서 단 1인치도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가 ‘최종 협상 시한’이라고 제시한 26일 새벽 1시(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30분)는 지났다. 아마디의 말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측의 협상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아마디는탈레반의 다음 조치에 대해서는 분명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인질을 한명씩 죽일 것”이고 위협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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