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큰 맘 먹고 떠나는 해외여행. 비행기에 올라 여행지로 떠나는 마음은 설렌다. 하지만 이륙 후 평소 아프지 않던 허리, 종아리가 아프다면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을까.
더구나 비행 척추 피로, 이코노미클래스, 시차 등 증후군 3형제는 비행기에서 내려도 며칠간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한 해 출국자 수가 1200만 명을 넘어서며 이미 일상화된 해외여행. 통증 없이 떠나는 비행기 여행법을 알아보자.
■ 비행 척추피로증후군
회사원 최현주(29)씨는 지난해 여름, 친구들과 떠난 유럽 여행길에서 몸의 대들보를 흔들어 놓을 정도로 뼈아픈 ‘비행 척추 피로 증후군’을 경험했다. 프랑스까지 12시간, 좁은 좌석에 구겨져 있다 보니 목과 허리에 통증이 심해 여행도 하는 둥 마는 둥, 숙소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그나마 괜찮았던 친구 몇 명도 한국에 돌아온 이후 통증 때문에 병원을 다녀야 했단다. 그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비행 척추 피로 증후군’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며 “당분간 해외여행은 엄두도 못 낼 것”이라고 당시의 아픔을 털어놨다.
비행 척추 피로 증후군은 몸이 찌뿌드드하고, 목 어깨 허리 등에 나타나는 통증이 주요 증상이다.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잘 풀어주는 게 예방의 핵심이다.
짐을 쌀 때는 부칠 가방과 들고 갈 가방을 따로 준비한다. 들고 갈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바퀴가 달린 기내용 가방이라고 너무 안심하지 않는 게 좋다.
가방이 좌우로 기우뚱하거나 쓰러질 때 중심을 잡으려고 순간적으로 힘을 주다 보면 허리 주변 근육을 긴장시켜 근육통을 불러오기 쉽다. 여행지에서도 체크아웃 후 비행기 탑승 전까지 관광일정이 잡혀 있다면 귀중품만 챙기고 덩치 큰 가방은 호텔 프런트나 가이드에게 맡기자.
비행기 좌석에 앉아서 청하는 잠은 누워 잘 때보다 자세에 신경 써야 한다. 우선 다리를 충분히 뻗을 수 있도록 가급적 짐은 머리 위 보관함에 넣고, 작은 쿠션을 목과 허리에 괸다. 쿠션은 승무원에게 요청하면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목과 허리에 쏠린 무게를 쿠션이 떠안기 때문에 근육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탄다고 하면 대부분 가장 걱정하는 게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다. 그만큼 흔하다는 얘기다.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다 보니 다리 정맥의 혈액순환이 느려져 생기는 혈전(피떡)이 이 증후군의 주범이다.
종아리 근육에 통증이 있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이 보통이지만 혈전이 폐동맥을 막으면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김경수 한양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은 뇌졸중, 심혈관질환자, 비만환자 등 혈액이 잘 굳는 사람들에게 잘 나타나지만 간혹 건강한 운동선수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면서 “다리의 정맥혈이 잘 흐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 법. 다리에 혈전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피가 잘 흐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다리 정맥에는 심장의 압력이 직접 작용하지 않는다.
대신 피를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판막이 있어 근육의 압박으로 피가 순환한다. 따라서 다리 근육을 압박하는 탄력 스타킹을 착용하면 판막의 작용을 촉진해 이코노미증후군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방을 위해 스타킹을 챙겼다면 이제는 운동법이다. 비행기 자리에 앉아서는 다리를 쭉 펴주는 스트레칭을 자주 해줘야 혈액 순환에 좋다.
최근 들어 대한항공은 5시간 이상, 아시아나항공은 6시간30분 이상 중ㆍ장거리를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10분 내외의 기내체조 방송을 하고 있으니 빼먹지 말고 따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기내는 건조하고 기압이 일정치 않은 탓에 탈수현상으로 혈액이 농축되기 쉬운 환경이다.
혈액이 진해지면 혈전이 더 잘 생기므로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고, 탈수를 유발할 수 있는 알코올 음료는 피하는 게 좋다. 혈전증 위험이 큰 사람이라면 미리 혈액 응고 방지제를 투여해 응급상황을 예방하는 방법도 있다.
■ 시차증후군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에 갔는데 낮에 졸음이 쏟아지고, 밤에는 도통 잠이 오지 않는 증상, 소화가 잘 안 되는 등의 문제는 ‘시차증후군’인 경우가 많다. 이는 비행기를 오래 타서 나타나는 것이라기보다는 생체시계와 생활시계가 어긋나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가령 오전 6시에 일어나 6시30분, 낮 12시, 오후 7시에 식사를 하고 밤 12시에 자던 사람이 이탈리아나 로마로 여행을 갔다면 7시간을 앞당겨 살아야 한다.
다시 말해 밤 11시에 일어나 밤 11시30분에 아침, 새벽 5시에 점심, 낮 12시에 저녁을 먹고, 오후 5시에 잠자리에 드는 식이다. 생체시계가 이렇다 보니 도통 현지 생활시계에 맞추기 어렵다.
박동선 예송이비인캅?수면센터 원장은 “시차 1시간에 적응하는데 하루가 걸린다고 볼 수 있다”며 “비행기 안에서 이동하는 동안 현지 시각에 맞추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공항까지는 인천공항에서 11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 1시에 비행기를 타면 현지에 오후 5시쯤 도착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는 내내 잠만 잔다면 이탈리아에서의 첫날밤을 뜬눈으로 지새우기 쉽다.
책, 영화, 음악 등으로 잠을 피하고, 정 피곤하면 한 두 시간쯤 눈을 붙인다. 현지에 도착해서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자고,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귀국할 때도 마찬가지다. 저녁 8시에 탑승해 다음날 오후 2시에 도착하는 일정이므로 비행기에 타자마자 잠을 청하고, 도착 5~6시간 전부터는 일어나 있어야 여행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다.
■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시차나 피로감 때문에 종일 잠을 자거나 누워 지내는 것은 오히려 피로를 가중시키므로 절대 금해야 한다. 밤에 잠들기 전 온수 샤워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고, 수면 시간은 평소보다 1, 2시간 정도만 늘린다.
만약 목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으면 온찜질이 좋다. 온열 팩이나 따뜻한 물에 적신 수건을 아픈 부위에 대고 있으면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김용세 자생한방병원 척추디스크센터 원장은 “욕조 스트레칭이 요통을 완화하고, 전신의 긴장을 풀어줘 편안한 수면을 돕는다”고 권했다. 욕조 스트레칭의 준비는 반신욕 할 때와 같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3분의 1쯤 담고, 욕조에 등을 대고 앉아 양손으로 양 무릎을 끌어당겨 가슴에 가까이 댄다. 쭈그리고 앉은 자세를 10초 이상 유지한 후 오른쪽과 왼쪽 무릎을 교대로 가슴 쪽에 붙인다. 3~5회만 반복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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