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 1명을 살해한 탈레반은 향후 협상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까. 탈레반은 또 다시 피랍자 살해라는 극한적 선택을 할까.
테러 전문가들은 탈레반이 인명을 살해한 만큼 자신들의 요구가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피랍자를 더 희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탈레반이 피랍자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 “인질 석방 협상에서 본보기를 보이고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로 인해 향후 협상은 탈레반이 주도권을 쥐고 갈 수도 있다”며 “인질 살해는 협상에서 요구하는 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응징할 수 있다는 강한 경고의 메시지로 분석되는 만큼, 탈레반이 향후 협상에서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탈레반은 피랍자를 살해해 우리 정부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남은 인질의 석방을 놓고 탈레반이 지금까지 보다 더 큰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탈레반의 인질 살해는 자신들의 요구에 아프간 정부와 한국이 만족스러운 대가를 치루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라며 “탈레반이 피랍자 희생의 책임을 아프간 정부와 한국에 전가하면서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더 큰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웅혁 교수는 “탈레반이 납치한 인원 수가 많은 만큼이나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경우의 수도 많고 다양하다”며 “그만큼 우리 정부가 협상 전략을 세우는게 매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는 탈레반과의 대화 채널을 계속 열어놓은 상태에서 그들의 주장을 들으며 기대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협상 과정에서 탈레반 측에 돈이나 포로 석방과 같은 실리적인 것이 아니더라도 정치적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탈레반 측은 원하는 만큼 의 실리를 더 챙길 수 없다고 판단될 때는 이교도 처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피랍자를 더 희생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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