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의 ‘막장 문화’가 마치 악성 바이러스처럼 ‘왕성한 번식력’을 뽐내며 사이버 폐인들을 중독시키고 있다. 생명존중, 박애, 환경보호 등과 같은 인류 보편적인 가치는 깡그리 무시하고, 특정인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하는 사이버테러(본보 25일자 11면)도 서슴지 않는 현상이 만연해 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막장 문화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일컫는 ‘막장’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네티즌들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상식 이하의 언행을 과시하듯 경쟁하며 즐기는 것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누가 최고의 ‘찌질이’(바보, 멍청이, 못난 사람을 총칭)인지 가려보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전날인 11월15일 인터넷에서 발생한 수능시험 연기 해프닝. 철없는 네티즌들이 의도적으로 ‘2007 수능 연기’라는 검색어를 집중 입력, 순식간에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수험생들을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
일부 여성 아나운서에 관한 근거없는 X-파일을 진짜인 것처럼 포장해 확산시키거나 개인 미니홈피를 뒤져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고 이를 즐기는 행위,‘이유 없는’ 안티 카페를 만들어 끊임없이 연예인을 괴롭히는 행위 등이 이 같은 막장 문화의 견본이다.
전문가들은 막장 문화를 “개인의 병리현상이 반사회성을 띠는 하위 문화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막장’이란 용어가 유행처럼 번지자 “사이버 공간에서만큼은 찌질함이 비난이나 비웃음의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막장 문화는 1, 2년전만 해도 낯선 개념이었다. 주로 단순 악플(악성 댓글)을 달거나, 인터넷 커뮤니티 가입 후 수 차례 물의를 일으켜 ‘강퇴’(강제 퇴장)와 재가입을 반복하는 ‘나홀로 찌질이’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막장 XXX’식의 명칭을 단 커뮤니티, 게시판 등이 속속 생겨나는 등 조직화, 집단화 하고 있다.
누군가가 연예인의 사생활 정보를 빼내면 ‘행동대원’들이 신속히 퍼나르는 기동력을 보이거나, 다른 인터넷 사이트ㆍ카페ㆍ갤러리 등을 침입해 운영권을 빼앗는 공격성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왜곡ㆍ조작해 거짓을 ‘진실’로 태연하게 둔갑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막장 문화가 왜곡된 여론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막장 문화의 폐해가 커지자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5일 아프간 피랍 사태와 관련, 탈레반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영문 게시물을 삭제해 달라고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에 요청하는 한편 게시물의 유포 경로 확인에 나섰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김재욱 인턴기자(연세대 사회학과 3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