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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이원희 "현장교육지원센터 만들어 학교 문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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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이원희 "현장교육지원센터 만들어 학교 문화 혁신"

입력
2007.07.2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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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55)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신임 회장의 닉네임은 ‘젠틀맨(신사)’이다.

학교(서울 잠실고)에서 학생들을 대할 때나, 교총 수석부회장 등 외부 활동을 할 때도 한결 같이 언행이 반듯해 붙여진 것이다. 평교사 출신으로는 교총 60년 사상 처음으로 회장에 오른 그는 ‘스타 교사’다.

특유의 명쾌하고 조리있는 말솜씨로 20년 넘게 교육방송(EBS)에서 언어와 논술 등을 강의해왔고, 입시 지도에도 남다른 역량을 발휘해왔다.

직선으로 치러진 33대 교총 회장 선거에서 유효표의 47.6%를 얻어 회원만 18만명이나 되는 국내 최대 교원단체를 이끌게 된 이 신임 회장은 “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학생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통해 교권을 제대로 확보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는 서울대 사대 선배로 동향(충북)인 김신일 교육부총리에 대해 “아무래도 쓴소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_평교사 출신 회장을 선택한 교총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실 것 같은데요.

“선거 때문에 흐트러진 교총 내부를 결속시키는 일이 더 시급합니다. 좀 더 넓게 보면 교육계의 화합이겠지요. 당선 며칠 뒤 만난 한 원로 교장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교사들이 많이 지쳐 있다.

기대가 크다’라고요. 이번 선거에 함께 출마한 다른 후보 2명에게는 위로 전화를 드리고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당장 할 일은 교총 내부에 ‘현장교육지원센터’를 만드는 겁니다. 센터 설립을 위해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_현장교육지원센터의 구체적 역할이 궁금합니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파악해 해결해주는 겁니다. 이들의 요구를 접수해 정부, 시ㆍ도교육청 등과 함께 해결책을 찾아 가는 일종의 교육문화 쇄신 작업이지요.

교사의 경우 수업을 잘하고, 잘 가르치는 일이 가장 중요하잖습니까.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거나, 잡무에 시달려 전문성 신장에 전력투구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연수를 보다 확대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처럼 교사 안식년제 등을 도입하면 모든 교사들의 바람인 ‘잘 가르치는 일’에 바짝 다가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_학교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 같은데요.

“따지고 보면 현장교육지원센터는 학교 문화를 확 바꾸는 일이 핵심입니다.

교사, 학부모, 교원단체들이 서로 비난하고 소모적인 토론을 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교육 현장의 갖가지 문제를 놓고 모든 교육 관련 주체들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가령 독서교육 하나만 해도 그렇습니다. 모든 학교에 독서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제대로 하는 학교는 많지 않습니다.

단위 학교에 자율적으로 하는 체제가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육청이나 지역사회, 학교가 나서 가장 급한 책 확보 노력부터 기울여야 하는데도, 이것조차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정부와 언론, 교육계가 함께 학교문화 바꾸기 운동을 벌여 나간다면 학교 현장은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교육계가 이념적 갈등으로 지난 20년을 허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부터는 새로운 학교문화 조성에 나서야 합니다.”

_참여정부가 추진 중이거나 시행 중인 각종 교원 정책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외면하는 교원 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교사들에게 책임만 지우면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은 이미 신뢰를 잃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학생과 교사간 갈등을 교육 당국에서 속시원하게 해결해준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습니까. 청소, 두발, 지각 및 결석 문제 등은 현장에서 늘 발생하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교사의 책임만 강조하지,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하면 교사와 학생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대책이 될 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습니다.

교원평가 문제만 해도 3~5년간 충분히 시범 운영해보고 도입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정책을 위한 정책은 재고돼야 합니다.”

_갈수록 평준화 교육과 입시 제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대입 3불(不) 정책(본고사ㆍ고교등급제ㆍ기여입학제 금지)을 어떻게 보십니까.

“평준화 교육이 가져온 허점은 매우 많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이른바 ‘짬뽕 교육’입니다.

내신이 전체의 0.5%에 드는 학생과 90%권인 학생을 한 학급에 집어넣고 개별학습을 시키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입니다. 대?제도 갈등도 알고 보면 평준화 교육이 낳은 측면이 큽니다.

그동안 정부는 평준화 교육 체제에서 입시 제도를 너무 흔들어 놓았습니다. 5년마다 입시를 바꾸다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공교육을 신뢰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입시 정보를 얻는 게 아니라 학원 입시설명회에서 대학에 관한 정보를 듣는 게 현실입니다.

입시의 축이 무너지면 공교육 정상화는 불가능합니다. 3불 정책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은 예전의 획일적 본고사가 아니라 교과ㆍ학과별로 다양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기여입학제는 곤란합니다. 다만 학문적 논의는 필요합니다.”

_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특목고는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일종의 수월성 교육 장치입니다.

획일적이고 평등화 한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지요. 매도해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엄밀한 의미에서는 사교육과 특목고는 별개 사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외고 쏠림 현상은 지양해야 합니다.

국제고 같은 특목고를 만들어 잘 운영하면 외고와 함께 대표적인 특목고로 자리잡을 수 있겠지요. 어쨌든 고교 교육에서 자율의 틀은 주어져야 합니다.”

_내신 실질반영률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화두입니다.

“올해 주요 대학들이 대입 전형 정시모집에서 택한 내신 실질반영률은 3~7%입니다. 이를 1년만에 50%까지 높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한마디로 대학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말이 안되는 얘기지요.

한꺼번에 이렇게 올리는 것은 안됩니다. 대학 사정을 고려하고 수험생 혼란을 줄이기 위해 올해에는 15%부터 출발해 매년 단계적으로 높이는 게 바람직합니다.”

_교총이 교장공모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런 기조를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까.

“무자격 교사에게 단위 학교 교장을 맡기는 것은 안됩니다. 교장 자격은 교단 활동을 충분히 한 교사들에게 주어져야 하고, 자격증이 있는 교사만 교장을 맡아야 합니다.

일시에 판(교단)을 바꾸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교육이 무너집니다. 물론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애니메이션고 등 특성화 고교는 가능한 이야기지만 일반 정규 중ㆍ고교는 안됩니다. 신중해야 합니다. 길게 보고 논의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_김신일 교육부총리의 행보가 구설수에 오르고 있습니다. 달라진 소신이 논란인데요.

“김 부총리는 교육학자 출신입니다. 기본적으로 덕망있고 교육적으로 원리를 중시하는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적어도 서울대 사대 교수 시절까지는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존경합니다. 그러나 교육부총리가 된 뒤에는 (소신을 접는 등) 달라진 듯 보입니다. 정권 말기에 우왕좌왕해서는 안되지요. 쓴소리도 할 겁니다.”

● 74년 '감옥 동지'… 98년 교원 정년 싸고 '적'으로이원희·이해찬 '인연' '악연'

교육계에서 이원희 회장을 언급하면 이해찬 전 총리를 떠올리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두 사람의 '질긴 인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 전 총리의 서울대 1년 선배다. 대학 4학년 때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0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던 그는 당시 함께 구속된 이 전 총리를 감옥에서 처음 만났다. 하지만 이런 '인연'은 20여년이 지나 '악연'으로 변했다.

이 회장은 이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 재임 시절인 98년 교원 정년 단축을 밀어붙이자 반대 투쟁에 나섰다.

당시 서울 여의도 등에서 수 차레 열렸던 교원 정년 단축 반대 전국교육자총궐기대회를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이 회장이었다. 교원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이 전 총리는 장관직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 회장에게 '이해찬 저격수'라는 별명이 붙여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이 전 총리와 지금은 거의 교류가 없다"고 말했다. 특정 교육정책이 한때 '동지'를 '적'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 이원희 교총 회장 약력

-1952년생(충북 충주)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 고려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사대부중, 서울 경복고, 잠실고 국어 교사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교육부 논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EBS논술연구소 전문위원, 교총 수석부회장

인터뷰=김진각 사회부 차장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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