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인질이 살해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아프간 주둔 다국적군이 군사작전에 들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프간에 주둔하고 있는 다국적군의 정식 명칭은 국제안보지원군(ISAFㆍInternational Security Assistance Force). ISAF는 현재 아프간 정부군과 함께 한국인 인질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즈니주(州) 카라바흐 지역을 완전 봉쇄하고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국제안보지원군은 이번 사태가 다수의 인질의 생사가 걸려 있다는 점을 감안해 군사 작전에 나서는 것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렇지만 이번에 한국인 인질 1명이 사망함에 따라 ISAF가 군사작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ISAF가 군사 작전에 돌입할 것인가의 여부는 미국, 한국, 아프간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
ISAF에 가장 많은 군대를 파병하고 있는 미국은 그간 한국 정부가 탈레반과 협상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인질 사건에서 미국은 언제나 “테러범들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 미국은 인질범들과 협상하느니 일부 희생을 치르고 라도 구출하는 방식을 선호해 왔다. 1996년 페루 일본대사관 인질사건 전격 진압작전이나 76년 이스라엘군의 엔테베 항공기 인질 구출작전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아프간 정부도 탈레반이 요구하는 구속자 석방을 통한 해결은 원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이 인질 석방 협상을 연장하면서 한국인 피랍자들과 탈레반 수감자들의 맞교환을 요구하자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테러단체 요구에 굴복해 구속자를 석방하는, 국가 안보에 위배되는 조치를 하면서까지 인질 석방 협상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곤혹스러운 쪽은 한국 정부다. 한국인 인질의 생명을 최우선시해야 하는 한국 정부는 미국과 아프간 정부의 강경한 입장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테러단체와의 직접협상 불가라는 외교원칙을 지켜나가면서도 아프간 정부와 가즈니주 부족장 등을 통한 직·간접 접촉으로 인질석방 협상을 이끌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카드는 마땅치 않다. 아프간 정부가 구금하고 있는 탈레반을 한국인 인질과 맞교환하는 방안은 아프간 정부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고, 탈레반측에 몸값을 지불하는 방안은 이 돈이 탈레반의 무기 확보 및 병력 유지에 쓰일 것을 우려하는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샌드위치 신세를 극복하고 나머지 인질 14명을 무사히 생환시켜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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