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인 인질 살해/ 탈레반내 강경세력, 몸값협상 변질 기미에 극단행동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인 인질 살해/ 탈레반내 강경세력, 몸값협상 변질 기미에 극단행동

입력
2007.07.26 07:51
0 0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됐던 한국인 23명 가운데 남성 인질 1명이 살해됐다. 탈레반 무장 단체와의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질을 살해한 것은 탈레반 무장 단체 내 내분의 결과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온건 세력이 몸값 액수로 기울어진 협상에 주력하는 데 대해 강경 세력이 불만을 품고 돌발 행동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무장 단체가 아프간 정부 및 우리 측 협상단에 요구 조건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내부 이견이 커 공식적인 요구 조건 제시가 뒤늦게 이루어졌던 것은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이는 무장 단체가 내건 요구 조건인 몸값 지불과 인질_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가운데 몸값 지불로만 인질 석방이 이루어질 기미를 보이는 데 대해 강경 세력이 불만을 품었을 가능성을 점치게 한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이날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측에 거액의 몸값을 지불했으며, 수감 중인 탈레반 요원 8명의 석방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강경 세력은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이 담보되지 않은 데 불만을 품고 협상 압박용으로 인질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관측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아프간 및 우리 정부대책반과 무장 단체의 향후 석방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남은 인질 22명의 무사귀환 여부는 인질 맞교환을 요구하는 강경 세력의 설득 여부에 달린 셈이 된다.

인질 석방 협상 과정은 피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24일 외신을 통해 아프간 정부 및 우리 측 협상단과 탈레반 무장 단체 간의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금명간 합의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의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탈레반 무장 단체 측이 몸값과 인질-탈레반 수감자 맞교환 등 복수의 요구 조건을 내걸면서 우리 측과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25일 오전 협상이 교착되자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는 외신에 “오후 6시 30분(한국시각) 탈레반 수감자 8명을 석방하지 않을 경우 인질 일부를 살해할 것”이라며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양측이 이날 오후 피를 말리는 협상을 하고 있는 가운데 강경 세력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남성 인질을 희생양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마디는 이날 인질 살해 후 AFP에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로 하여금 압력을 가해 우리 측 요구를 들어 주지 않을 경우 협상 시한이 지난 후 인질을 추가 살해하겠다”고 최후 통첩을 보냈다.

탈레반 무장 단체는 인질 협상에 관한 주도권을 강경 세력이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 수감자의 석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아프간 정부 및 우리 측 협상단과 탈레반 조직 간에 실질적인 교섭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송 장관은 이와 관련, “다른 관계국과 협의해야 할만한 단계까지 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맞교환 시 협의 대상은 아프간 정부인데 그런 논의는 아직 없다는 의미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 수감자 8명에 대한 석방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은 국제치안유지군이 강경하게 반발하고 있는 측면에서 무장 단체의 요구를 아프간 당국이 들어 주기 어려웠던 것이다.

무장 단체의 실질적인 요구가 몸값으로 집약됐다는 설도 24일 나왔지만 탈레반 조직 내 온건파 일부의 목소리로 보인다. 이날 아프간 정부 협상관계자가 “우리 측이 인질과 전화 통화를 하는 데만 10만달러를 요구했다”는 언급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디는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동료의 석방”이라고 못박았다.

사실 납치 7일 동안 인질 8명이 석방과정에 무수한 요구조건이 난무하면서 극도의 혼란이 빚어졌다. 19일 납치 이후 철군→인질ㆍ탈레반 수감자 맞교환→가즈지 주 최고위급 탈레반 사령관 석방→몸값 등 무장 단체의 요구는 날만 새면 바뀌었지만 결국 탈레반이 명분을 택함으로써 향후 협상이 혼미해 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