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사람이 어젯밤 한국인 인질 23명 중 남자 한 명을 살해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우려했던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인지, 정말 그런 것인지 도대체 믿고 싶지 않은 뉴스다.
우리는 한국인들을 납치해간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해 납치행위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한시라도 빨리 피랍 한국인들을 풀어 줄 것을 간곡하게 촉구한 바 있다. 한국의 무슬림 형제들이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 사실도 함께 알렸다. 그런데도 막무가내로 한국인 인질을 살해했다면 그 잔인무도한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물론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그들은 독일인 인질을 살해하지 않았으면서도 아프간 정부군과 다국적군의 공격을 중지시키기 위해 거짓으로 살해했다고 발표한 바도 있지 않은가. 한국인인질 중 8명을 석방했다는 뉴스와 한 명을 살해했다는 주장이 함께 나와 혼란스럽기도 하다.
중구난방의 발표로 인해 피랍자 가족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그들의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 국민의 애를 태우고 분노케 함으로써 탈레반이 얻을 수 있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더욱이 협상이 진행 중인데도 일방적으로 협상이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인질을 살해한다는 것은 스스로 무도한 집단임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어리석은 행위에 불과하다.
피랍된 한국인들은 기독교도들이지만 전쟁의 혼란 속에 굶주리고 질병에 시달리는 아프간 어린이와 노약자들을 위해 순수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런 선의를 납치와 살해 위협으로 갚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프간을 점령한 외세에 대항한다는 그들 나름의 대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할 수 없으며 인류의 이름으로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타 종교와 신자들에게 관용과 호의를 베풀어온 이슬람의 전통에도 어긋나는 일탈이다.
인질들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한국군 철수를 제시했다가 탈레반 죄수 석방을 요구하는가 했더니 뒷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그들이다. 어떻게 종교의 이름 아래 그런 파렴치한 요구를 하는지 우리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독일의 한 언론이 주장했듯이 그들은 한갓 비적(匪賊)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탈레반 무장단체에 다시 한번 간절하게 호소한다. 진정으로 종교적 양심에 충실하다면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한국인 인질들을 즉각 석방하라.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탈레반 무장단체의 이성을 잃은 행위에 흔들리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할 것을 주문한다.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게 대응 수순을 밟아가야 한다. 부디 피랍자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정부의 존재이유를 확실하고 분명하게 증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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