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에 묻는 손때와 먼지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물에 빨 수 있는 마우스를 쓰면 되지." "에이, 그런 마우스가 어딨어."
하지만 있다. 9월 국내에 출시될 '워셔블 마우스'는 세탁을 위해 개발됐다. 마우스 전체를 완전 방수가 되도록 고무 재질로 감쌌다.
또 바퀴 모양의 버튼은 손가락을 대면 감지하는 터치센서로 대체했다. 따라서 물걸레로 표면을 문질러 닦거나 물에 담가서 씻을 수 있다. 이처럼 기발한 제품을 만든 업체는 아이디어 뱅크로 꼽히는 미국 벨킨이다.
디지털 액세서리 전문업체 벨킨이 국내 상륙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벨킨은 삼성전자 등과 손잡고 디지털기기용 액세서리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10월 한국 지사를 설립한다.
지사 설립을 맡은 벨킨 싱가포르 법인소속 이혁준 총괄이사는 "디지털 산업이 발달한 한국은 벨킨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삼성전자 LG전자 KT 등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력해 디지털 액세서리 사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액세서리란 이어폰, 헤드셋, MP3 및 휴대폰 케이스, 각종 케이블, 마우스, 전원 연결용 멀티탭, 노트북 가방 등 디지털 기기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소품을 말한다.
하지만 소품이라고 무시하면 안 된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기준으로 세계 디지털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2조원이다. 벨킨의 지난해 매출은 1조원에 이르며 올해 목표는 1조6,000억원이다.
그만큼 벨킨은 미국 등 해외에서 디지털 액세서리의 명가로 통한다. 특히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과 휴대폰 '아이폰'용 액세서리로 유명하다. 벨킨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만든다'는 기업 모토 아래 기발한 아이디어의 제품들을 주로 내놓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를 위해 벨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디자인 연구소 'IDG'와 미국 뉴욕에 미래 기술을 연구하는 선행기술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한국인을 포함해 120여명의 디자이너가 일하는 IDG에만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디자인 개발비를 투자한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전원을 여러 개 꽂을 수 있는 멀티탭만 하더라도 벨킨 제품은 남다르다. 과전류 보호장치가 내장된 벨킨의 '써지 마스터'라는 멀티탭은 전원 플러그 뿐만 아니라 인터넷, 전화선, TV안테나선까지 함께 꽂을 수 있다.
낙뢰를 맞을 경우 전화선, 인터넷선, TV안테나선을 타고 과전류가 유입돼 기기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전류 보호장치에 자신 있는 벨킨은 자사의 멀티탭 이용자가 과전류 피해를 볼 경우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한다. 이 제품은 다음달 국내 출시된다.
노트북을 침대나 소파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도무스 백'도 재미있는 아이디어 제품이다. 가방 및 받침대 겸용인 도무스 백은 노트북으로 DVD나 동영상 파일, 만화 등을 보는 사람이 늘면서 침대, 소파에서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받침대나 쿠션 역할을 하는 소품이다.
도무스 백 위에 얹으면 노트북이 미끄러지는 일이 없고 뜨거운 열이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액정화면으로 인터넷 이용속도를 알려주는 유무선 중계기 'N1 비전', 노트북을 식혀 주는 '쿨링 스탠드' 등 다양한 제품이 있다.
국내에서는 우선 워셔블 마우스, 도무스 백, 써지마스터 등 자체 상품 판매 외에 삼성전자와 휴대폰, MP3용 디지털 액세서리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이사는 "삼성전자의 휴대폰과 MP3 기기용으로 다양한 디지털 액세서리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향후 삼성전자의 노트북, TV 등에 어울리는 디지털 액세서리까지 개발하도록 협력 관계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벨킨은 미국의 작은 공장에서 일하던 쳇 핍킨과 벨 매로우 두 사람이 1982년 핍킨의 차고에서 창업했다. 사명인 벨킨은 두 사람의 이름을 딴 것이다.
두 사람은 오디오 및 비디오 기기를 연결하는 케이블 제조 사업을 시작한 이래 다양한 디지털기기로 확대했다. 이후 벨 매로우는 회사를 떠났고 쳇 팹킨이 회장을 맡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생산하는 제품은 4만여 종. 1만원대 제품부터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오디오 케이블까지 다양하다. 28개국 지사에서 1,2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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