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탈레반의 잔악한 손길에 스러진 남성 피살자가 경기 성남시 분당 샘물교회 배형규(42) 목사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다.
배 목사는 샘물교회 청년부 담임목사로 탈레반에 납치된 아프가니스탄 단기봉사단 단장이었다. 13일 19명의 샘물교회 청년회 회원들을 이끌고 아프간 칸다하르로 봉사활동을 떠났었다. 출국전 인천공항에서 봉사단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도 그는 환한 웃음과 여유를 보여 ‘맏형’이자 ‘큰 오빠’ 역할을 자임한 듯 했다.
배 목사는 평소 교회 안팎에서 다른 이를 따뜻하게 보다듬는 특유의 자상함으로 교인들 사이에 신망이 높았다. 부목사를 겸임하는 바쁜 일상 중에도 300여명에 이르는 청년회 신도들 한명 한명마다 서로 다른 기도 제목을 챙겨줄 정도로 열성이 넘쳤다. 그를 잘 아는 한 신도는 “배 목사는 교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사랑과 나눔을 몸소 실천했던 분”이라며 “단 한번도 거짓으로 사람을 대하거나 언행을 한 적이 없다”고 애도했다.
그가 직접 작성한 봉사활동 참가신청서를 보면 다른 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신청서에 ‘이전에 봉사활동에 참가한 적이 있으면 그 기간 중에 다른 이에게 상처를 주거나 받은 적이 있습니까.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습니까’, ‘지원자의 감정의 기복은 어떠합니까’,‘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이겨냅니까’ 등 내용의 질문을 일일이 넣었다. 더불어 사는 심성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미스터 스마일’ 별명처럼 늘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앞장서 봉사했다. 해외 봉사에도 적극적이어서 4월에는 방글라데시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이번 아프간 봉사를 마치면 바로 아프리카로 떠나 지구촌의 고통을 함께 할 계획이었다. 그에게 봉사는 곧 삶이었다.
배 목사는 제주 출신으로 부친 배호중(72)씨와 모친 이창숙(69)씨가 제주 영락교회 장로와 권사인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제주 영락교회에서는 22일 오후5시부터 24시간 기도회에 들어가기도 했다. 부친은 “형규가 선한 일을 하러 갔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끝내 꺾이고 말았다.
그는 2남 2녀 중 차남으로 제주제일고와 한양대, 서강대 대학원을 마친 뒤 늦은 나이에 장로회신학대에 다시 들어가 2001년 석사 학위와 함께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학대 졸업 후 박은조 담임목사와 영동교회에서 수년간 몸담아오다 98년 박 목사와 함께 샘물교회 창립에 참여했다.
배 목사는 특히 신학대 시절부터 청년 봉사 활동에 관심을 보여왔다. 샘물교회 청년회 목사를 맡은 이후에는 20~30대 회원들과 함께 매년 국내외로 봉사활동을 떠날 정도로 왕성한 외부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평생을 선교활동으로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사랑하는 아내와 끔찍하게 아끼던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남기고 돌아오지 못할 먼 길을 떠났다.
성시영기자 sung@hk.co.kr김도연인턴기자(이화여대 경영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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