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에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무려 6,662억원 어치를 내다 팔았다. 하루 순매도 규모로는 역대 5번째다. 8일 연속 순수하게 팔아치운 규모만 2조9,000억원에 가깝다. 예전 같으면 다른 주변 상황이 아무리 좋아도 외국인이 이처럼 매물을 쏟아내면 너나 없이 투매에 나섰을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종합주가지수(KOSPI)는 이날 보란 듯이 2,000을 넘겼다.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주가지수 2,000의 원동력은 바로 투자 형태의 구조적 변화다. 특히 외국인 매도세 같은 대형 악재마저도 거침없이 삼켜버리는 간접투자의 힘이 꼽힌다. 올들어 우리 증시에선 특정 종목을 들고있다가 여차하면 바로 팔아버리는 ‘냄비성’ 직접투자가 많이 줄었다.
대신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겨 계획에 따라 굴리는 간접투자 규모가 급격히 늘었다. 펀드도 90년대 말 유행했던, 쉽게 뺄 수 있는 ‘거치식’ 대신 적금처럼 넣고 꾸준히 기다리는 ‘적립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웬만한 악재에는 끄떡 않는 안정적인 증시의 자금줄이 생긴 것이다.
대표적인 자금줄이 바로 주식형 펀드다. 2004년 말 8조5,000억원에 불과했던 주식형 펀드 규모는 적립식 펀드 대중화와 함께 급증해 2005년 말 26조원, 2006년 말 46조원을 넘어 23일 현재 7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에는 매일 국내 주식형 펀드에만 1,000억~3,000억원, 해외 주식형 펀드(국내외 혼합형 포함)에 3,000억원씩 돈이 쏟아져 들어온다. 이런 기세라면 연말에는 1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저금리 기조 속에 은행 예ㆍ적금 등 다른 금융상품이 실질적으로 제로에 가까운 수익을 내면서 자금이 펀드 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 정부의 부동산 규제라는 ‘채찍’과 해외 펀드 비과세라는 ‘당근’도 펀드 성장에 한몫을 했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개인의 금융자산 가운데 통화ㆍ예금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어 올들어 주식ㆍ채권ㆍ보험 등 투자자산에 추월당했다. 주식 보유 비중은 2004년까지 평균 16%대에서 2005년 이후 평균 19.2%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증시 활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주된 근거 가운데 하나가 펀드의 규모가 앞으로 한참 더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260조원 대인 전체 펀드 규모는 증시 전체 시가총액(1,100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4%에 불과하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추정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펀드 수탁액의 비중도 30%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푸르덴셜자산운용 허장 주식운용본부장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가계자산 중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낮다”며 “속도의 문제일 뿐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임채구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은 1,000포인트 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며 “이제까지는 외국인 중심의 장이었지만 지수 2,000 시대는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기관들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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