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가 결국 골 결정력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승 진출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쿠알라룸푸르 부킷 잘릴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07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120분 동안 공격 돌파구를 뚫지 못하는 답답한 경기 끝에 승부차기로 아쉽게 무릎을 꿇으며 19년만의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결국 한국 축구의 고질병으로 지적되고 있는 골 결정력이 문제였다. 한국 축구는 이번 대회 5경기에서 단 3골에 그치며 공격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베어벡 감독의 단조로운 전술 운용이 아쉬운 대회였다. 한국은 조별리그부터 줄곧 좌우 크로스에 의한 득점을 노리는 단조로운 공격 방식을 답습했고 전술을 미리 예측하고 경기에 나선 상대 수비벽을 뚫지 못하며 5경기 내내 답답한 공격력을 보였다.
베어벡 감독은 이라크와의 준결승에는 이천수(울산)를 섀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며 중앙 공격 강화를 노렸지만 여전히 좌우 측면 공간 돌파에 이은 크로스라는 정형화된 공격 루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이동국(미들즈브러), 조재진(시미즈) 등 최전방 스트라이커들은 상대 페널티 지역에 고립돼 볼조차 잘 연결 받지 못하며 골잡이로서의 임무 수행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이 역시 베어벡 감독의 전술적 지시와 무관하지 않다. 베어벡 감독은 최전방 공격수에게 상대 문전에서 포스트 플레이에 주력할 것을 요구하며 좌우 측면이나 미드필드 지역으로 내려와서 공을 연결 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트 피스에서의 득점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은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세트 피스 상황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베어벡 감독은 지난해 10월 가나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파주 NFC에서 열린 소집 훈련 기간 중 “현대 축구에서 득점의 3분의1이 세트 피스에서 나온다”며 프리킥과 코너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세트 피스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고 이는 실전에서 세트 피스 득점력이 빈약해진 원인으로 작용했다.
쿠알라룸푸르(말레이시아)=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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