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직접증거 없는 자백… 정황 증거로도 유죄"

자백은 했지만 직접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자백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를 토대로 유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현행법상 자백이 유일한 증거일 때는 유죄를 인정할 수 없으며, 피해자ㆍ목격자 진술과 같은 직접 증거나 범행도구ㆍ장물 같은 간접 증거 등이 보강돼야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마약을 투약했다고 자수한 박모(36)씨의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항소심 재판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박씨가 히로뽕을 구입해 일부를 투약했다고 자백한 뒤 이 같은 진술을 유지해 자백을 의심할 사정이 없는데다, 투약 전날과 3일 전에 박씨에게 히로뽕을 팔았다는 김모씨의 진술조서는 자백에 대한 보강 증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은 박씨로부터 채취한 모발 4㎝에서 히로뽕 성분이 검출됐다는 증거를 제출했지만, 통상 사람의 모발은 한 달에 약 1㎝씩 자란다고 볼 때 이는 모발 채취일로부터 4개월 전에 히로뽕을 투약한 사실에 대한 보강증거가 될 뿐, 공소사실과 관련한 보강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초 박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며 자수하자, 2005년 3월 18일과 21일 김씨로부터 히로뽕을 구입해 3월 초와 22일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박씨를 기소했다.

ㅊ기자 str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