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의 이야기 할머니’ 이학선(84)씨가 여섯권 짜리 연령별 육아교과서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보리 발행)를 번역 출간했다. 우리>
일본 오사카의 보육연구소 연구자들이 한 살에서 여섯 살까지의 아이들을 나이에 따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기록한 책으로 아이가 언제쯤 기고, 언제쯤 일어서고, 기저귀는 어떻게 갈아주고 칭얼거리는 것을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가 등 실제로 필요한 육아정보를 담고 있다.
10여년 전 유기농을 하는 일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이야기> , 소설 <빙점(氷點)> 의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그림책 <빨갛고 빨간 나무> 를 번역출간 하는 등 나이를 무색케 하는 열정을 과시했던 이 할머니에게 이 책은 사실상 마지막 번역 작업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빨갛고> 빙점(氷點)> 함께>
할머니는 지난해 겨울 당뇨병 후유증으로 백내장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고 지금은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더는 읽고 쓰기가 어렵다.
할머니는 1999년부터 3년 동안 하루 4시간씩 투자해 대학노트 24권 분량의 이 책을 번역했다. 맞벌이 때문에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의 모습이 안타까워 나선 일이다.
2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교육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할머니는 “자료집 정도로만 나왔으면 하고 기대했는데 예쁜 책으로 묶였다”며 “모두들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러나 정작 그 감사의 말은 할머니에게 돌아가야 할 말이다.
할머니는 97년부터 백내장이 심해진 지난해 겨울까지 10년 간 과천의 어린이집 2곳에서 매주 두 번씩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줬다.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에 손뼉 치며 즐거워하던 아이들이 이제 중학생도 되고 고등학생으로도 자랐다.
할머니는 인세 대신 받은 <우리 아이 어떻게 키울까?> 를 전국 66곳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한 질씩 기증할 계획이다. “‘할머니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좀 더 이야기해주세요’라며 붙잡는 아이들 때문에 만년에 큰 보람을 얻고 산다”는 할머니는 “번역은 어렵겠지만 건강이 회복되면 다시 아이들에게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