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이 많이 기르는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물고기는 작은 어항에 두면 5~8㎝ 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러나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0cm까지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면 1m 이상 자란다고 한다. 환경에 따라 성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우리 디지털 콘텐츠 기업들은 ‘어항 속의 코이’일까, 아니면 ‘강물을 헤엄치는 코이’일까. 안타깝게도 ‘어항 속의 코이’가 아닐까. 사실 우리 기업들은 앞선 정보기술(IT) 인프라를 바탕으로 남들보다 먼저 인맥관리서비스, 이용자제작콘텐츠(UCC) 사이트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유튜브나 마이스페이스 같이 국내 서비스 모델을 벤치마킹한 외국 서비스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가상현실세계도 ‘다다월드’ ‘카페 9’ 등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2000년대 초에 서비스 됐던 모델이다.
우리가 먼저 생각하고도 세계적인 사업모델로 발전시키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를 탓하기 어렵다. 전통산업에서 우리가 수없이 지적하고 반성한 과오를, 이제는 선진국을 꽤 따라 잡았다고 자부하는 신산업에서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생각한다.
국내 업체들도 ‘어항’에서 시작할 것이 아니라 ‘강물’에서 시작하는 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최근 몇몇 디지털 콘텐츠 업체가 미국에 직상장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사례다.
그 동안 우리나라 디지털 콘텐츠 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내수 시장은 한계가 있고 자유무역협정 등 국제 교역질서의 변화를 고려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글로벌화 하지 않으면 내리막길밖에 없다.
결국 우리 시장에만 집착하는 경우 규모의 경제에서, 효율화에서 밀려 도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글로벌화 하던지 아니면 도저히 글로벌화 할 수 없는 부분을 찾아내서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LG CNS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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