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대섬 앞바다에서 최소 8,000여점의 고려청자를 실은 12세기 중반의 고선박 한 척이 발견됐다. 고려청자와 운반선 모두 이제까지 발굴된 것 중 보존 정도와 예술적ㆍ고고학적 가치가 가장 높은 것들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청장 유홍준)은 24일 태안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달초부터 태안 근흥면 정죽리 대섬 앞바다에서 수중발굴조사를 실시하던 중 서기 1150~60년대경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청자 운반선 한 척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예로부터 태안 앞바다는 조수가 빠르고 간만의 차가 커 강풍이 불면 선박 침몰사고가 잦았던 곳이지만, 고선박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도선(1983)과 십이동파도선(2003)에서 나온 고려청자들이 대부분 낮은 수준의 접시나 대접이었던 데 반해 이번에 발굴된 유물들은 고급품일 뿐 아니라 기종도 매우 다양하다. 국보나 비색청자에 많은 참외 모양의 주전자 ‘과형주자(瓜形注子)’와 큰 사발 ‘항(缸)’, 바리때 ‘발(鉢)’, 대접과 잔의 중간 크기인 ‘완’ 등이 발견됐으며, 문양도 앵무문, 모란당초문, 철화문, 화엽문, 연판문, 어문 등으로 다양하다. 선체 안에 겹겹이 쌓여있는 청자는 최대 2만여점까지 발굴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고급품에 속하는 상감청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윤용이 문화재위원은 “부장을 목적으로 특별 제작된 왕릉 출토 국보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활도기로는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이제껏 공백으로 남아있던 고려청자 최전성기인 12세기 중반의 최상품 생활자기들이 발굴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청자운반선이 전라도 강진에서 생산한 청자를 왕실 등 지배층에 납품하기 위해 개경으로 향하던 중 태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박은 이물판과 고물판은 사라지고 동서 7.7m, 남북 7.3m의 선체만 남아있으나 진공상태에 가까운 뻘 속에 묻혀있다 최근 노출된 덕에 원형에 가깝게 보존돼 있다. 최항순 서울대 교수(조선해양공학과)는 “현재 남아있는 배 폭으로 미루어 배의 당초 길이가 20m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길이 약 10m였던 다른 고려청자 운반선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청자운반선 중 최대”라고 말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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