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금융계의 최대 관심사인 ABN암로 인수전에 전격 개입했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국가개발은행(CDB)은 바클레이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인수합병(M&A)에서 바클레이의 지분을 인수해 수십억 유로의 인수자금을 대는 방식의 ‘바클레이 연합군’으로 ABN암로 인수전에 참여키로 했다.
지난달 기업공개(IPO)에 맞춰 세계 굴지의 바이아웃 펀드인 블랙스톤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단행한 중국이 한 달여 만에 또다시 올해 초대형 은행 M&A에도 개입함에 따라 중국의 해외 투자행보에 국제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CDB는 바클레이 지분 3.1%를 22억유로에 인수키로 합의하고, ABN암로 인수가 성사될 경우 76억유로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바클레이가 ABN암로를 인수하면 중국은 바클레이 지분 7.7%를 보유하게 된다.
바클레이는 CDB 외에 싱가포르의 테마섹에도 별도 지분을 매각, 총 134억유로(185억달러)의 인수자금을 유치하면서 전날 ABN암로 인수가를 675억유로(934억달러)로 상향조정 했다.
전문가들은 바클레이와 RBC 간 ABN암로 인수전이 더욱 복잡해질 경우 중국이 보유지분을 통해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전격 투자에 대해 로이터는 “블랙스톤 투자 때처럼 국제금융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진 않았지만, 국책은행인 CDB가 나섰다는 데 놀라움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CDB는 예금업무를 하지 않고 장기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특수은행으로, 기반시설 투자나 아프리카 원조 등을 주임무로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요 국영은행을 상업적 금융기관으로 바꾸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고 유동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중국 정부가 나서서 해외투자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공격적인 국제금융시장 투자는 6월 현재 1조3,3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뒷받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해외투자가 확대될 경우 세계 경제의 영향력이 중국을 축으로 한 아시아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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