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무장단체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일부 네티즌들이 도를 넘은 ‘사이버 테러’를 가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국제 사회가 한결 같이 피랍자의 조건 없는 석방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피랍자를) 하루 빨리 처형하라” 는 글을 올리거나 탈레반을 자극할 만한 사진과 동영상을 퍼뜨리는 등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칫 피랍자들의 신변에 위협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국내의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피랍자 중 한 사람이 2005년 아프간의 이슬람 성지를 방문해 이슬람교들 앞에서 기독교식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올라 와 파문이 일고 있다. 이는 피랍자가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을 21일 네티즌이 가져 다 옮겨 놓은 사진이다.
이 모습이 공개되자 일부 네티즌들은 한술 더 떠 “사진을 탈레반에게 보내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튿날 한 네티즌은 탈레반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의 메일 주소를 공개했고, “탈레반의 메일로 해당 사진을 보냈다”는 네티즌도 등장했다. 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같은 날 미국의 한 동영상 전문 커뮤니티에 이 사진을 재구성한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이 글과 사진들이 여러 네티즌들을 자극하면서 피랍자들과 관련해 좋지 않은 여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사진과 동영상이 있는 사이트 게시판에는 “어떻게 이슬람 성지에서 이슬람교를 모독할 수 있느냐”, “큰 잘못을 했으니 잘못 돼도 상관 없다”는 댓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상황을 걱정하는 또 다른 네티즌들이 “피랍자의 행동이 적절 했는지 여부는 나중에 따져보고 일단 무사 귀환을 바라자” “이런 글과 사진이 피랍자의 목숨과 직결 될 수 있으니 자제하자”고 제안해도 이들은 동의는커녕 “탈레반, 하루 빨리 처형을 실행하라”거나 “없는 말을 보낸 것도 아닌데 뭐가 잘못이냐”며 테러 수준에 가까운 악담을 쏟아내고 있다.
또 흥분한 일부 네티즌들은 피랍자들이 속한 교회의 홈페이지를 악플로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고 “피랍자들이 아프간으로 떠나려 할 때 외교통상부가 비행기표를 취소하라며 말렸지만 (피랍자들이) 그래도 갔다”는 유언비어까지 떠돌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커뮤니티 운영회사 측도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련 글이나 동영상을 최대한 빨리 삭제하려 하지만 끊임없이 올리려는 네티즌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속수무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의 홈페이지 내용을 동의 없이 공개하고 유표 시켰다면 정보통신법을 어긴 범죄 행위”라면서도 “그러나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으면 수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밝혔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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