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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고려청자운반선 발견·인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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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고려청자운반선 발견·인양 현장

입력
2007.07.2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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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낮 12시20분, 충남 태안군 근흥면 정죽리 대섬 앞바다.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지난해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50억원을 들여 마련한 수중발굴 조사선 시뮤즈(Sea Muse)호 갑판에서 잠수복을 입은 3명의 조사발굴단원이 입수를 준비하고 있다. 850년간 물 속에 잠겨있었던 보물선의 고려청자를 인양하기 위해서다.

이번 발굴 작업을 위해 급하게 잠수를 배운 해양유물전시관의 양순석 학예연구사는 수중촬영을 담당하고, 전문 잠수사 박용기 채희동씨는 각각 실측과 유물 수습을 맡았다.

수중촬영 화면이 대형 TV로 중계되는 선실에서는 김승삼 선장이 카메라와 연결된 마이크를 통해 인양작업을 지시한다. ‘풍덩’. 물보라와 함께 수심 8~14m의 해저로 잠수사들이 유연하게 자맥질한다.

6월초 어부 김용철씨가 고려청자를 물고 있던 쭈꾸미를 잡으며 처음으로 존재 가능성이 제기된 태안 보물선은 문화재청이 4~24일 14회에 걸쳐 실시한 수중발굴조사를 통해 850년의 긴 잠을 깼다. 대섬 부근에 방파제가 새로 건조되면서 바뀐 조류가 긴 세월 뻘 속에 묻혀있던 보물선의 몸체 일부를 수면으로 들어올린 것이다.

“탁도가 어떻습니까?” 선실의 질문에 양씨는 “햇빛이 별로 안 들어와 시야가 30㎝밖에 안됩니다”라고 회신을 보내온다. 비가 내린 탓이다. ‘태안 대섬 수중발굴조사’라고 쓰인 푯말이 화면에 잡히더니 이내 고려청자 수천 점이 굴비 두름처럼 진흙을 잔뜩 뒤집어쓰고 줄지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저 자기들을 뒤집으면 그 안에서 쭈꾸미가 나오는 거죠.”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흥분된 얼굴로 농담을 던진다.

길이 20m 정도로 추정되는 선체는 상당부분이 뻘에 묻혀 있어 전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기 어렵다. 그러나 배 저판 위에 가지런히 놓여져 있는 청자들은 잠수사들이 하나씩 집어낼 때마다 뒤집어 쓰고 있던 뻘을 물속으로 떨구어내며 제 고운 속살을 보여준다. 잠수사들은 깨질까 부서질까 조심조심 노란 플라스틱 바구니에 옮겨 담은 후 단단히 밧줄을 묶는다. 잠시 후 잠잠하던 수면을 뚫고 고려청자를 가득 안은 채 물보라를 흩뿌리며 솟아오른다.

이날 인양에서는 주로 사발이 많이 나왔다. 유물에 묻은 뻘을 유 청장과 문화재위원인 윤용이 명지대 교수(도자사 전공)가 하나씩 손으로 닦아내자 굽이 작고 날카로운 사발, 널찍한 입구에 8개의 화판이 새겨진 사발, 앵무와 구름이 음각으로 새겨진 사발 등이 찬연한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수준 낮은 작품도 점당 300~500만원은 나가는 것들이다.

최상급의 고려청자를 인양하고 온 소감을 묻자 양씨는 뚝뚝 떨어지는 물기부터 닦는다. “정말 환상적이죠. 특히 참외형 주전자를 발굴했을 때의 그 황홀경은 결코 잊지 못할 겁니다.”

인양작업은 8월초 본격적으로 시작돼 11월초까지 계속된다. 그 100일 사이 어떤 유물이 발굴돼 역사의 빈 페이지를 채워넣을까.

태안=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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