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 발생 엿새째인 24일 무장 단체와 아프간 정부 협상단의 협상에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가 조기해결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도 여전해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과 NHK는 각각 아프간 정부 교섭단 및 탈레반 관계자를 인용, “협상이 합의에 가까워졌고, 평화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어 AFP통신 등은 “탈레반이 석방을 원하는 8명의 포로 명단을 아프간 정부에 전했으며, 탈레반은 이들을 풀어주면 8명의 한국인 피랍자를 풀어줄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외신 보도를 뒷받침할만한 정보를 정부는 가지고 있지 않으며, 협상의 급진전을 예단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효과적인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이와 관련, “한국 정부와 협상이 시작됐다”며 “한국 대표단은 부족 원로들을 통해 우리와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는 아주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무장단체와 직접 협상에 나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동안 차분한 대응을 해왔던 정부가 협상에 적극 속도를 내는 것은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피랍자들은 현재까지 건강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여성 18명을 포함한 피랍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고지대에서의 억류 생활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아프간군 및 국제치안유지군(ISAF)의 움직임도 부담이다. 이들은 구금 지역을 봉쇄하고 공격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 피랍자 가운데 일부의 신병에 문제가 생기거나 아프간 지역에서 또 다른 납치 사건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탈레반 소탕 작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피랍자들의 안전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신중론도 가시지 않고 있다. 우선 탈레반 조직의 복잡한 내부 사정이 걸림돌이다.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탈레반은 하나의 통일된 관점을 갖지 못한 데다,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결정권자가 없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탈레반 내부 입장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무장단체가 원하는 것이 포로 석방인지, 한국군 철군인지, 몸값 여부인지조차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사태 해결은 먼 얘기라는 것이다.
또 외신 보도처럼 인질_포로 맞교환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더라도 23명 대 23명의 대규모 맞교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3년 10월 이후 아프간에서 발생한 납치 사건의 경우 피랍에서 석방까지 최소 2주일, 최장 3개월이 걸렸다는 점도 조기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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