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벌써 몇 번 째냐." "해도 너무 한다."
23일 오전 11시1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기자실 이곳저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김재정씨의 고소와 관련해 발표할 것이 있다"던 김씨의 대리인 김용철 변호사가 "발표를 오후로 미루겠다"고 말을 바꾼 직후였다.
김 변호사는 곧이어 "조율이 덜 돼 발표를 할 수 없게 됐다"며 말을 또 바꿨다. 그는 11일에도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했다가 번복과 재번복을 거친 뒤 "고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빈축을 산 바 있다.
기자들의 볼 멘 소리는 업무에 불편함을 끼친 데 따른 즉자적 반응이지만, 이를 지켜본 국민의 마음은 어땠을까. 우롱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고소인 측의 태도는 초반부터 상궤를 벗어났다. 수사를 의뢰해놓고는 막상 수사가 진행되자 '정치탄압'이라고 목청을 높이는가 하면, 고소인인 ㈜다스의 대주주이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큰 형인 이상은씨는 귀국을 거부하며 수사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 또 고소장 접수 직후부터 고소 취소 얘기가 나오더니 그나마 조율조차 못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번 고소 사건은 더 이상 고소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이 전 시장의 차명재산 의혹, 친인척 회사 특혜 의혹, 주민등록초본 유출 의혹, 국가정보원 정치사찰 의혹 등 후폭풍을 일으켰다.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놓고 발을 빼겠다는 것은 책임과는 거리가 한참 먼 자세다.
심사숙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고소, 책임감이 결여된 고소 취소 논란, 내부 조율 능력의 부재. 나라를 맡겠다는 사람들의 행동이라 보기에는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고소인들이 이제라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그것이 국민 신뢰를 얻는 길일 것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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