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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화재 관람료보다 더 귀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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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화재 관람료보다 더 귀한 것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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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겹고 답답하다.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둘러싼 갈등 말이다.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에 이어 22일에는 가야산 해인사 매표소 앞에서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놓고 또 한차례 충돌이 빚어졌다.

시민단체 회원과 해인사 신도 사이에 큰 소리가 오가고, 밀고 당기는 몸싸움이 계속됐다. 신성한 사찰 앞에서 일어난 민망한 일이었다.

시민단체가 문화재관람료 거부 운동을 쉽게 중단할 것 같지 않으니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전국 명산의 대찰 앞에서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그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폭력사태가 일어나고 이를 빌미로 쌍방이 법적 대응에 나서는 낯뜨거운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이날 시민단체 회원들은 "문화재는 보지도 않는데, 관람료를 내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해인사측은 문화재관람료는 적법하게 징수되며, 국립공원입장료 폐지 이후 등산객이 크게 늘어 문화재와 자연 경관의 훼손 우려가 높은 만큼 그 보전을 위한 관람료 징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화재관람료 징수 문제가 답답한 것은,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측이나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측이나 그 논리와 대응 방식이, 이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와 꼭 같기 때문이다.

꼭 같은 논리를 내세우고 꼭 같은 다툼을 하는 것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당사자들이 그 동안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문화재관람료 문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안이지만, 지금처럼 현안으로 불거진 것은 올해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에 즈음해서다. 정부와 조계종은 6월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면서도 7월 하순인 지금까지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건대 이 문제는 앞으로도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그 근본 이유는 돈과 관련돼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불교를 포함한 그 어떤 집단도 돈과 무관할 수 없다. 불교계가 문화재관람료에 집착하는 이유도 결국 그것 때문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런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불교계가 문화재관람료에 대한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법적으로 징수에 문제가 없더라도, 사람들은 현행 문화재관람료 징수 방식을 쉽게 수용하지 못한다.

문화재를 볼 의사도 없고, 실제 보지도 않을 텐데 관람료를 내라는 것이 그들에게는 불합리하게 비쳐지는 것이다. 징수방법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문화재관람료를 내지 않겠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불교계는 관람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부터는 관람료를 받지 말고, 문화재 보수에 필요한 비용은 정부로부터 전액 지원 받는 등의 방법을 고려할만하다.

불교계의 주장대로 국립공원의 상당수가 사찰 땅이고 국립공원 입장객의 증가로 문화재 훼손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그것과 지금과 같은 방식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는 별개라는 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다.

이 문제로 인해 자칫 불교의 고귀한 정신을 전파하는데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무척 안타깝다. 그렇지 않아도 사찰에서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중창불사에 실망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부처님이 설한 그 귀한 진리에 비하면 문화재관람료는 아무 것도 아니다. 불교계가 고민할 것은 문화재관람료가 아니라, 이 혼탁한 사회에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고 중생을 구도의 길로 인도하는 것이다.

박광희ㆍ피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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