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책임지겠다’며 매년 국민으로부터 20조원 이상을 걷어 들이는 국민연금의 장기투자 수익률이 민간 회사와 미국, 일본 등의 유사단체는 물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보다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내놓은 ‘2006년 복지부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04~06년 중 국민연금관리공단이 189조원(2006년 기준)이 넘는 자산을 운용해 거둔 연 평균 수익률은 6.71%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CalPERSㆍ수익률 13.4%), 일본(GRIFㆍ10.5%), 네덜란드(ABPㆍ10.5%), 캐나다(CPPIBㆍ13.8%) 등 연기금이 거둔 수익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또 국민연금의 최근 4년간 수익률은 6.89%로 국민연금과 상황이 비슷한 사학연금(7.03%)과 공무원연금(8.58%)보다 뒤졌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4.94%에 불과했다”며 “국민연금이 미국 수준(15.7%)의 수익률을 달성했다면, 2006년 연간 징수액과 맞먹는 19조원의 추가 수익을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연금 고갈을 이유로 혜택을 축소하고 국민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투자 수익률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투자 수익률이 국제 평균에 턱없이 못 미치는 이유는 운용 인력의 전문성 부족과 과도한 규제 때문이다.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자산 운용인력은 68명으로 1인당 운용 규모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생명(3,310억원), 사학연금(2,354억원) 등 국내 유사기관은 물론 미국(1조2,000억원), 네덜란드(6,000억원) 등 동종의 외국 기관보다도 훨씬 많다.
보건복지위는 “1인당 운용규모가 큰 이유는 투자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전문성이 부족한 인력은 수익률보다는 위험 회피에 급급,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도 “지난해 말 현재 총 자산의 86%에 달할 정도로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식 투자 비율을 미국(CalPERs)처럼 60%까지 높였다면, 올 상반기 연간 수익률은 25%에 육박했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수익률 25%는 업계에서 추정하는 올해 국민연금 수익률(10% 내외)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성과급 제도가 일부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수익률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006년 지급된 성과급은 2005년 성과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공단은 2006년 입사자와 휴직ㆍ교육파견자에 대해서도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게 국회의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주식과 해외 자산 등 적극적으로 운용하면 상당한 초과수익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과감한 외부 위탁을 허용하는 등 정부의 제도개선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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