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ㆍ13합의 이행을 위한 제6차 6자회담이 4개월 만에 재개되어 이행상황을 평가하고 북 핵시설 불능화와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 이에 대한 상응조치 등 다음 단계 조치의 이행문제 등을 협의하고 종료됐다. 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이번처럼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북핵 불능화와 상응조치에 관한 시간표가 마련되지 못한 아쉬움은 있다. 그러나 8월 중 실무그룹회의, 9월 초 6차 6자회담 2단계 회의에서 향후 이행 로드맵 작성, 이후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6자 외무장관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회담 진전의 모멘텀을 이어가기 위한 공동의 인식이 반영된 중요한 성과라 할 것이다.
BDA가 북미대화 촉진한 셈
먼저 2ㆍ13합의 이후의 진행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핵심 합의사항의 하나였던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문제가 예상 외의 장애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나 그 과정에서 북-미 양자 간에 진지한 대화가 진행됨으로써 문제 해결의 지연이 오히려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었다.
BDA 문제 해결 직후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초기조치 이행 등에 대해 협의하는 일로 연결되고,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대표단이 방북, 5개 핵 관련 시설의 폐쇄ㆍ봉인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도출했다. 북한은 중유 5만톤 중 1차 분이 도착하자 영변 핵시설 가동을 중단하였다. 이런 일들이 BDA문제 해결 후 6자회담 개최 이전까지 한 달 동안에 진행됐다. 이러한 상황 진전의 연장선에서 이번 6자회담이 이뤄졌다.
앞으로 북핵문제 해결은 어려움이 없지 않겠지만 큰 틀에서는 9월 초 6차 6자회담 2단계 회담에서 상호 이행시간표를 확정 짓고 실천해 나가는 과정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BDA문제 해결과정에서 경험한 것처럼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시한이 아니라 협상의 내용과 자세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특히 9월 중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6자 외무장관회담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회의가 될 것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위한 틀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6자 외무장관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적성국 교역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치적 상응조치에 대한 검토와 경제, 인도적 지원과 북핵 불능화가 맞물리는 수순이다. 이는 라이스 장관의 방북과 연계될 것이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체제 안정과 경제 재건이 걸려 있는 핵 포기과정을 한 두 차례의 회담에서 완전한 시간표와 로드맵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김계관 부상의 경수로 관련 언급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핵 불능화 이후 핵 시설을 해체하는 단계에서는 경수로 문제도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 것으로 보면 새로울 것이 없다.
연말 북핵 불능화를 목표로 한 단계 한 단계 진전시켜 나가는 일관된 노력이 필요하다. “악마는 디테일이 있다”는 경구가 있지만 북-미 간에 신뢰 분위기가 조성되고 행동 대 행동으로 상응조치가 이어진다면 핵 불능화는 이룰 수 있다.
한국 소외 안되게 주도력 갖춰야
이 과정에서 북-미관계의 진전을 비롯해 한반도 정세는 급변할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보다 창의적으로 주도해 나가기 위해 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소외되지 않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국제적 차원, 남북관계 차원, 그리고 국내적 차원에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이봉조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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