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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 탈레반에 피랍/ 다국적군-탈레반 이틀째 치열한 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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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23명' 탈레반에 피랍/ 다국적군-탈레반 이틀째 치열한 교전

입력
2007.07.2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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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인질들이 억류돼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가즈니주(州) 인접 지역에서 미군 주도의 연합군과 탈레반 반군 사이에 치열한 교전이 발생해 아프간 정정 불안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인 인질이 납치된 지 닷새째를 맞은 23일 아프간 정부측이 구속자 석방을 요구하는 탈레반측 요구를 거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인 인질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다국적군,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 벌여

미군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및 아프간군은 이날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의 상인지역에서 이틀째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이 교전으로 50여 명이 탈레반 무장요원들이 숨졌다. 교전이 벌어진 곳은 한국인이 억류된 가즈니주(州)에 인접한 남부 헬만드주로, 이곳은 칸다하르, 가즈니주와 함께 탈레반의 아프간 남부 3대 거점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 반군은 다국적군의 전투기를 격추를 시도하고 자살폭탄 차량으로 다국적군을 공격하는 등 격렬히 저항했다. 다국적군도 전투기 등을 동원해 대규모 폭격에 나섰다. 앞서 탈레반측은 앞서 한국인 인질들을 자살폭탄으로 무장한 부대원들이 감시하고 있다고 발표해 한국인 인질의 신변은 갈수록 악화하는 형국이다.

● 카라바흐 산악지대에 분산 억류

피랍된 한국인들의 억류 위치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납치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남쪽으로 110㎞ 떨어진 가즈니주(州) 카라바흐 지역의 산악지대에 분산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카라바흐는 가즈니주의 주도 가즈니시(市)에서 서남쪽으로 56㎞ 떨어진 인구 10만여명의 도시. 면적은 1,800㎢로 서울의 3배이지만 중심부를 제외하면 사막과 산으로 둘러싸인 험준한 지역이다. 이런 지리적 배경을 이용해 탈레반은 다국적군과 아프간군을 상대로 게릴라전을 펼쳐왔으며, 한국인 인질 구출을 위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에도 대응과 은신이 그만큼 유리하다.

아프간 정부도 피랍자들의 정확한 위치를 함구하고 있으나 22일 “피랍자들이 있는 곳을 봉쇄했다”고 한 발표로 미뤄 이들의 근거지를 파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들 억류 장소가 3곳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송민순 외교부장관의 발언과 아프간 정부를 인용해 이들이 7곳에 나눠져 있다고 한 알 자지라 방송의 보도 등을 볼 때 탈레반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인질을 분산 수용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 아프간 내 자원봉사단 탈출 서둘러

캐나다의 통신사인 캔웨스트는 23일 “아프간 내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자원봉사단들이 이번 납치 사건 이후 탈출을 서두르고 있다”며 "현지 한국인들이 귀국 길에 오르기 위해 카불행 항공편을 기다리고 있다” 전했다.

캔웨스트의 돈 마틴 특파원은 칸다하르발 보도를 통해 항공사 사무실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남성이 항공권 뭉치를 들고 19명의 여객기 탑승을 돕고 있었으며 이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칸다하르 시내 힐라 병원에서도 이전에는 자주 접할 수 있었던 한국인 자원봉사자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관계자 역시 이들의 소재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 같은 현지 분위기는 다른 국가의 자원봉사단에게도 심리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일본 교도통신은 아프간에서 재건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의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이 자신들도 납치 대상이 되는 것 아닌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 샤 국왕 별세, 어떤 영향 미칠까

23일 발표된 모하메드 자히르 샤 아프간 전 국왕의 사망 소식은 한국인 인질의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92세의 일기로 사망한 샤 전 국왕은 1933년 왕위에 오른 이후 40년간 평화와 안정의 시대를 이끌며 국민의 신망을 얻었다.

그러나 73년 사촌인 모하메드 다우드의 쿠데타로 인해 권좌에서 축출돼 이탈리아로 망명했다. 2002년 다시 조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부’의 칭호를 받으며 아프간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 그의 사망을 슬퍼하는 국민 감정과 애도기간의 숙연한 분위기를 감안할 때 추모기간 중에는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피랍사건에서 드러났듯 아프간 정부의 통치력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은 현재 탈레반과 군벌 세력의 저항으로 카불 이외의 지역에서는 통치권을 거의 상실한 상태. 남부 칸다하르 지역은 탈레반이, 북부지역은 탈레반에 동조하는 군벌 세력이 장악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또 오사마 빈 라덴의 알 카에다 조직원과 이라크 출신 테러범들이 탈레반과 연합하면서 아프간의 정정은 더욱 복잡하고 혼미한 양상을 띠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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