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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진의원의 기억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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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진의원의 기억상실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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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지난해 4월), "온몸을 던져 이명박 후보를 지켜주겠다." (23일)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23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며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했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부인이 억대의 공천 헌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격세지감이다. 이날 김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캠프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의 선택에 박근혜 전 대표측은 분루를 삼켰고, 이 전 시장측은 환호성을 올렸다. 김 의원의 당내 영향력 때문이다. 호남 출신의 5선 의원으로 이른바 DR계를 이끈 김 의원은 호남을 중심으로 한 당원협의회장 2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원협의회장 한 명과 한 표가 아쉬운 두 캠프에게 김 의원은 놓쳐선 안 될 인물이었다.

두 캠프가 올 초부터 김 의원을 향해 치열한 구애를 편 것도 그래서다. 그가 11일 귀국할 때는 눈 도장을 찍기 위해 캠프인사 20여명이 공항에서 마중 경쟁을 벌였다. 몸값이 치솟은 김 의원이 18대 국회 또는 정부의 고위직을 제안 받았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김 의원은 이날 아무런 반성이나 사과의 말이 없었다. 이 전 시장에 대한 음해, 모략, 절체절명의 위기 등 표현으로 자신의 '줄서기'를 정당화했지만, 정계은퇴 선언 문제에 대해선 철저히 침묵했다.

김 의원은 대선 판의 열기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부끄러운 과거를 슬그머니 덮고 화려하게 정치일선에 등장했다. 그의 이런 모습에서 민주화투쟁, 문민정부 탄생의 주역, 정무장관과 여당 사무총장 등 경력을 가진 중진의 무게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정치부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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