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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 논문 발표로 '의식 발원지' 관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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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 논문 발표로 '의식 발원지' 관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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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7.24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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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 심리학과 이상훈 교수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에 발표한 논문에서 눈을 뜨고 보아도 주의가 다른 데 쏠려 의식하지 못할 때 뇌의 시각피질이 어떻게 기능하는 지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그의 연구는 시각 인지에서 의식의 활동을 보려한 것이지만 의식을 관장하는 최고 사령부에 해당하는 뇌 기능은 어디인가 하는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뇌의 신비가 밝혀지면서 우리는 ‘심장에 깃든 영혼’ 대신 ‘뇌의 전기적 작용인 의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인간에게 유일한, 고차원적 의식의 발원지를 찾고자 하는 성배(聖杯) 탐험은 계속되고 있다.

■ 보고도 보지 않는 뇌

이 교수의 실험은 양쪽 눈에, 직선의 방사형 무늬와 회오리 치는 곡선 무늬를 각각 보여주면서 피실험자에게 원 중심에 초당 6,7개씩 나타나는 알파벳 문자를 알아맞히도록 한 것이었다.

알파벳 맞히기 미션이 없을 경우, 방사형무늬의 일부를 강하게 쪼이면 피실험자는 마치 파도 치듯 방사형무늬가 퍼져나가는 것을 본다.

이 때 피실험자 뇌의 시각피질에서도 신경세포들이 똑같이 파도처럼 흥분의 피크를 전달한다. 그런데 이번 피실험자들은 알파벳에 집중한 나머지 빗살무늬가 번져가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다른 생각에 빠져있을 때 뻔히 눈을 뜨고도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일상적 경험과 비슷하다. 이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실험 결과 1차 시각피질은 알파벳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흥분의 파도가 나타났지만 2, 3차 시각피질에서는 이러한 전이파도를 보이지 않았다.

통상 눈의 망막에 맺힌 정보는 1, 2, 3차 시각피질을 거쳐 보다 복잡한 구조를 인식하는 측두엽이나 전두엽에서 종합적으로 인지된다고 여겨진다. 이 교수는 “일단 1차 시각피질이 작동한다고 해서 의식적 인지가 가능한 건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의식적 지각은 전두엽, 두정엽 같은 고위 영역만의 역할이라는 통념도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다.

하위 영역인 시각피질 내에서부터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위의 시각피질에 ‘주의를 집중하라’를 명령이 하달되어야 의식적인 인지가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다.

■ '나의 의식'은 어디에 있나

그렇다면 과연 정보를 최종적으로 종합 판단하고, 자유의지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의식의 본거지’는 어디일까? 일반적으로 뇌 과학자들은 자유의지와 추상적 사고와 같은 고차원적인 의식작용은 전두엽이나 측두엽과 같은 상위 영역에서 이루어진다는 데에 동의한다.

그러나 ‘나’라는 의식을 결정짓는 최고 사령부의 존재 여부에 대해선 크게 두 가지 견해가 갈린다. 뇌가 위계적인 체계를 갖고, 최고 사령부에 해당하는 영역이 있으리라는 견해와 반대로 의식이란 다양한 뇌 영역의 공명과 협업의 산물이라는 견해다.

신경과학자인 벤자민 리벳은 1980년대 손목을 움직이기로 마음먹은 순간 시계바늘의 위치를 지적하도록 한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의 뇌에서는 결정을 내린 순간보다 0.3~0.5초 더 일찍 전기적 변화를 보여준다는 것을 발견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모순을 설명하려고 했는데, 결국 ‘나’와 ‘나의 자유의지’라는 개념이 중요해진다. 먼저 0.3~0.5초의 시간차는 뇌 안에서 추론 영역으로부터 최고 사령부를 거쳐 시각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정보를 취합 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추론 영역과 시각 영역 사이에서 ‘내’가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 ‘나’는 특정한 뇌 영역에 깃들인 것이 아니라 뇌의 여러 중추들 사이를 오갈 뿐이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연구 결과가 있다. 9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샌디에이고) 신경과학자인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는 뇌에서 ‘신의 영역’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측두엽에 이상이 있어 간질을 앓는 환자들에게 영적 경험이 빈발하다는 데에서 착안, 신심이 깊은 이들의 뇌 활성을 측정했다. 이 결과 라마찬드란 박사는 측두엽의 조밀한 신경회로가 영적인 경험이나 신앙심의 담당 영역이라고 발표했다. 고차원적인 의식의 활동 중 하나인 신앙을 담당하는 의식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06년 캐나다 몬트리올대의 마리오 뷰어가드 교수는 ‘신의 영역은 없다’는 결과를 <뉴로사이언스 레터스> 에 발표했다.

15명 수녀에 대한 뇌 영상은 영적인 순간에 ‘신의 영역’이 활성화하기보다, 자의식이나 감정 등과 관련한 여러 뇌 부위가 함께 활성화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뷰어가드 교수의 연구결과는 인간의 의식이 특정 ?부위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활동임을 시사한다.

이 교수는 “의식의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선 의식이란 무엇인가를 정밀하게 규정하는 일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나’나 ‘자유의지’라는 개념은 모두 생존에 필요한 개념으로 진화된 뇌의 허상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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