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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과 보험이 만났다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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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들은 매몰차다. 개인적 사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채권자와 채무자라는 기계적인 관계일 뿐이다. 혹시 실수로라도 대출금이나 카드대금을 연체하면 어김없이 기록에 남긴다.

그것도 전 금융회사가 공유하는 족쇄가 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장기 입원 등으로 수입이 없어 도저히 빚을 상환할 여력이 없다 해도 사정을 봐줄 리 만무하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다.

해법은 정(情)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대출이나 카드 서비스에 보험의 기능을 결합시켜 예기치 않은 사고를 당한 고객에게 부담을 면제해주거나 일정 기간 연기해 주는 금융 서비스들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 고객을 배려하는 듯한 온갖 미사여구가 동원되지만, 물론 보험료를 받아내려는 장삿속이다.

하지만, 장사꾼이 장사를 한다고 뭐라 할 필요는 없다. 고객에게 득이 되는 서비스인지 따져보면 된다. 불의의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카드사의 신용보장서비스(DSDC)가 대표적이다. 일종의 카드대금 보험이라고 보면 된다. 고객이 매달 보험료를 납부하면 불의의 사고나 병에 걸렸을 때 대금을 면제하거나 납부를 미뤄준다.

“카드사가 사실상 보험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 때문에 말도 많았지만,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문제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본격적인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삼성카드의 ‘S 크레디트케어’는 매월 카드 결제대금의 0.26~0.53%를 내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거나 질병 등으로 장기입원(2개월 이상) 시 최고 5,000만원까지 카드이용대금 납부를 면제해 준다.

실직을 당한 경우 최장 1년까지 이자 없이 카드대금 결제를 연기할 수도 있다. 비슷한 서비스인 현대카드의 ‘크레디트 쉴드 보험’은 카드 결제대금의 0.485%를 보험료로 받아 최고 5,000만원까지 카드 대금을 대신 갚아주며, 3억원 한도 내에서 보험금도 지급한다.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은 대출금 상환을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의 ‘탑스 세이프론’은 각종 대출 상품을 이용할 때 고객이 매월 대출 잔액의 0.025%를 보험료로 내고 선택 가입하는 서비스다.

암에 걸리거나 불의의 사고 사망 또는 1급 후유 장애 판정을 받으면 최대 3억원까지 대출금을 보험사가 대신 내준다.

HK저축은행이 최근 출시한 개인소액대출상품 ‘HK119머니’는 사망이나 50% 중증 후유 장애 뿐 아니라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3대 질병 발생 시 대출 원금을 전액 면제해 준다. 당뇨병 등 16대 질병으로 31일 이상 입원 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현대캐피탈도 신용대출 상품인 프라임론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대출금 상환면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이 상해 사고로 사망하거나 50% 이상 고도 후유 장애 판정을 받은 경우 남은 대출금 잔액을 면제해 준다. 고객의 추가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이 장점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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