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비행기 비행교관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했다.
주인공은 제주의 경비행기 항공사인 ㈜한라스카이에어 소속 박종철(37ㆍ사진) 수석교관. 그는 지난달 21일 오전 9시 경비행기를 타고 캐나다 동쪽 구즈베이 공항을 이륙, 19시간 후 영국 북쪽 글래스고 공항에 도착했다. 대서양을 가로질러 4,400여㎞를 단독 비행한 것이다.
대서양 횡단에 이용한 비행기는 420마력짜리 이탈리아제 6인승 쌍발 파트나비아 경비행기. 제주에서 비행기 조종교육과 해상 해난 구조, 불법조업 감시 등 다목적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서양 횡단비행에 나서기 전날 미국에서 직접 구입했다. 그는 이 비행기를 제주로 가져가는 ‘처녀비행’의 첫 항로로 대서양 횡단비행을 택했다.
안전운항을 위해 일반 비행고도보다 낮은 9,000~1만2,000피트를 유지한 그는 이륙할 때와, 연료를 공급 받기 위해 착륙할 때만 지상 관제소와 통신을 주고 받았을 뿐 나머지 비행시간에는 기상상태와 항로 등을 직접 살피며 자체 비행했다.
“대서양을 날아갈 때는 외롭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습니다.망망대해에다 시계까지 불량해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습니다.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손에 땀이 납니다.”
대서양 횡단비행의 쾌거를 이룬 그는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날아갔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바레인, 카타르, 인도,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대만 등 20여개 국을 경유해 이 달 20일 오후 제주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가 대서양을 횡단비행한 최초의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인도에서 였다. 기상악화를 이유로 영공통과 허락을 받지 못해 1주일간 인도에서 머무르면서 현지 취재기자로부터 그 같은 이야기를 접했고 현지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도 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가 비행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군 복무 시절. 공군에서 기상레이더 정비사로 활동하면서 파일럿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조종사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국내에 경비행기 조종 면허를 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1999년 경비행기 조종면허를 따기 위해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 두고 호주 시드니로 건너갔고, 그 곳에서 2004년까지 비행교관으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비행시간만 2,000시간이 넘고, 세계일주 비행조종자격까지 갖고 있다.
그는 “대서양을 횡단하면서 ‘내가 정말 조종사가 됐구나’하는 생각을 했다”며 “여건만 된다면 다시 한번 대서양을 횡단하거나 태평양 횡단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안경호 기자 khan@hk.co.kr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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