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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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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 Ⅱ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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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도 안 돼 '통일의 날이 가까이 왔다'는 제목으로 또 한번 글을 쓰게 되었다. 마음이 모처럼 가볍다. 김대중 정부 이후의 햇볕정책이 영글어 가고, 폭 넓게 포용정책을 지지해온 글 쓰기가 정서적 보상을 받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 2개월 사이에도 통일로 향하는 또 다른 중대 발언과 변화가 있었던 까닭이다.

낙관적 발언에 인색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한반도 상황이 완화되는 징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금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폐쇄를 위한 구체적 절차를 밟고 있다.

보수적 한나라당도 지난 4일 그 동안의 태도를 완전히 바꿔, 햇볕정책을 능가하는 획기적인 대북정책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김 위원장의 인식과 한나라당의 태도가 변했다는 것은 통일의 큰 걸림돌이 치워진다는 상서로운 의미다.

● 구체적 통일모델 고민할 때

사실 이보다 훨씬 전 미국에서부터 청신호가 켜졌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가을 한국전쟁 종전선언, 북미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구축 등 새로운 한반도 질서구축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외교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엄청난 변화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호전적으로 몰아세웠던 그가 뒤늦게 강경외교가 불러온 정치적 실점을 만회하기 위해 평화의 사도처럼 돌아선 것이다.

한나라당이 새 대북정책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안에 국가보안법의 대체입법과 남북정상회담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매우 고무적이다. 이를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올해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 것도 단순한 희망은 아니다.

주변의 정세변화를 편견 없이 살피고, 나름대로 광범한 인맥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일 것이다. 그는 또 내년에는 양측 왕래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구체적인 통일모델을 고민할 때'라는 글도 보인다. 손장래 경남대 교수는 중국이 홍콩과 마카오를 환수할 때 하나의 국가, 상이한 두 체제를 천명한 예를 들면서 구체적 통일방안 모색을 촉구하고 있다.

6·15 남북공동선언 7돌이 되었으나, 남북 간 선언문 제2항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남의 '국가연합안'과 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의 공통점과 차이점, 통일을 위한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타당하고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나 보수 언론의 목소리는 다르다. 한나라당의 새 대북정책이 발표된 다음날 대표적 보수 신문의 사설 제목이다. '한나라당 對北 비빔밥 정책 北 변화시킬 수 있나', '左派 보수로 성형 수술한 한나라당', '한나라당 새 대북 정책, 안보가 우선이다'.

이념의 색깔로 통일문제를 비판하거나, 국내외의 흐름을 외면하고 해묵은 안보를 내세우는 거기에 우리 사회의 통점이 있다. 안보는 중요하지만, 분단 속 평화도 50년 이상 유지돼 오고 있다.

'북한 퍼주기'라고 비난하던 보수 인사의 신문 칼럼에서는 근래 날선 글들을 찾기 어려우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의 글에서 독일 작가 볼프 비어만과 같은 충고를 보고 싶다. 1990년 독일 통일을 앞두고 그는 '변심하는 자만이 지조를 지키는 자'라고 썼다. 더 유토피아적이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인간의 동경은 매 세대마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이다.

● 문인 등이 통일논의 앞당겨야

독일 통일에 대해 작가 귄터 그라스와 마르틴 발저의 생각은 반대였다. 그러나 통일에 반대하던 그라스도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발저가 통일논의에 참여해서 주장을 펴고 다른 사람의 반론을 자극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가 비판한 것은 침묵하는 사람들이었다.

통일 논의의 약한 불을 너무 오래 지펴 왔기 때문인가. 사회적 논의가 여전히 부족하고, 있더라도 뜨뜻미지근하다. 언젠가 비등점에 이르겠지만, 통일 논의를 문인 학자 등이 앞당겨야 한다. 그것이 지식인의 몫이기 때문이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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