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닷새째인 23일 3차 협상시한(23일 오후 11시30분)이 또 다시 24시간 연장됐다는 소식에 피랍자 가족들은 실망의 빛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반드시 무사귀환 할 것”이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일부 가족들은 협상시한을 넘겨 오후 11시50분께 재연장 소식이 전해지자 “오늘은 꼭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랬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며 울먹였다. 가족들은 협상시한이 지난 뒤에도 한 동안 ‘인질 석방’이나 ‘협상시한 재연장’ 등 아무 결과가 발표되지 않자 극도의 초조감을 보이기도 했다.
탈레반이 전날 2차 협상 시한(22일 오후11시30분)을 24시간 연장한 이후 가족들에게 이날 하루는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었다.
전날 밤 피 말리는 긴장에서 다소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인 가족들은 오후2시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의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들의 얼굴에는 형제 자매, 아들 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간절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가족들은 재단 사무실에서 잠시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인터넷과 TV로 납치 사태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이목을 집중했다. “협상을 통해 사태가 해결 될 것”이라는 보도에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가슴을 쓸어 내렸다.
그러나 3차 협상시한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고, 누구 하나 입을 떼지 않은 채 이따금씩 시간을 살폈다. 두 손 모아 협상 타결을 기원하거나 눈을 감은 채 초조와 불안을 삭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피로에 지치고 정신이 극도로 예민해진 가족들은 음식조차 제대로 입에 대지 못하고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물만 들이킬 뿐이었다.
일부는 “상당수 보도가 교회의 봉사보다 선교활동을 강조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는 뒤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꽉 다물었다. 당초 분당 샘물교회에 있던 비대위 사무실을 재단으로 옮긴 데에도 종교 색채를 최대한 없애 협상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가족들의 뜻이 반영됐다
‘인질 석방’이 끝내 이뤄지지 않자 가족들은 다시 기도를 올렸다. 앞서 가족들은 ‘국민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정부가 조기 귀환을 위해 힘쓰고 국민 여러분의 성원으로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순수 봉사 활동을 위해 먼 길을 떠난 23명에게 힘을 주라”고 호소했다.
성시영 기자 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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