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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담합의 천국' 묵은 오명 씻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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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담합의 천국' 묵은 오명 씻어내야

입력
2007.07.24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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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아직도 담합의 천국인가.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는 대규모 담합행위 적발 사례를 보면 저절로 이 같은 물음이 떠오른다.

4개 정유사가 526억원, 10개 석유회사가 1,051억원, 10개 손해보험사가 508억원의 담합 과징금을 각각 부과 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3개 설탕 제조업체에 511억원이 매겨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올들어 부과한 과징금은 3,294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부과액의 3배를 넘어선 상태다.

CJ,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설탕 제조업체는 지난 15년간 설탕의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하는 방법으로 9,000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모두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부당하게 나간 돈이다.

밀가루와 세제에 이은 설탕의 담합 적발로 1960년대의 이른바 '삼분(三粉) 폭리'에 빗댄 '신삼분 폭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삼분 폭리는 시멘트, 밀가루, 설탕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담합을 통해 폭리를 취한 사건으로, 공정위 탄생의 계기를 제공했다. 40여 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전근대적인 담합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런데도 해당 업체들은 업계 관행을 내세우며 발뺌을 하고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21세기 초우량 기업을 지향한다면서 영업 행태는 60년대 후진적 관행을 고수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설탕 3사의 담합 사실은 지난 15년간 시장점유율이 거의 변하지 않은 것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담합은 공정한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원칙을 허무는 악성 경제범죄다. 음성적이고 구조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근절도 쉽지 않다.

그런 맥락에서 공정위가 업계의 구조적인 담합 행위 근절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무리한 조사로 인해 기업에 억울한 피해를 주는 일 또한 있어서는 안 된다.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이 소송으로 가는 경우 패소하는 비율이 올들어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공정한 경쟁제도를 정착시키려면 공정위의 조사부터 공정하고 정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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