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을 납치한 세력은 진짜 탈레반 반군인가?
여태까지 우리 정부나 언론은 탈레반의 대변인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가 언론을 통해 밝힌 대로 납치단체의 정체가 탈레반 반군이며, 아마디가 반군 지도부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것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22일 독일 일간지 <디 벨트> 가 독일인 2명을 납치한 세력을 탈레반 반군이 아닌 아프간의 최대 종족인 파슈툰족 비적(bandit)이라고 보도하면서 납치단체의 정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디>
벨트지는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 납치범들이 댐 건설 기술자 뤼디거와 또다른 독일인 인질 한명, 아르간 인질 5명을 무더운 날씨 속에서 강제로 걷게 했으며, 이 때문에 당뇨병을 앓고 있던 뤼디거가 쓰러졌다고 보도했다. 그는 잠시 동안 땅바닥에 누워 있다가 사살됐다. 특히 이 신문은 독일인을 납치한 무장 단체는 ‘몸값’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마디는 한국과 독일인들을 납치한 세력이 동일한 탈레반 무장단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독일 언론의 보도가 맞다면 한국인을 억류하고 있는 세력 역시 정통 탈레반이 아닌 현지 산적이나 군벌일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아마디 외에도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 아부 만소르 등 여러 사람이 서로 탈레반을 대표한다며 어지럽게 거론되고 있어 아마디가 진짜 탈레반 대변인이 맞는지에 여부에 대해서도 의혹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일단 현재까지는 AP, AFP 통신 등 주요 외신을 통해 탈레반의 입장을 전달하고, 탈레반 홈페이지의 성명서에 ‘카리 유수프’라는 이름이 적힌 점 등을 볼 때 아마디가 탈레반 지도부 대변자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또 한국인 납치단체도 탈레반 반군 지도부이거나 지도부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단체라고 추정하는 것이 좀더 타당해 보인다. 납치단체가 규모가 작은 산적이라면 한국과 동맹국 관련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자체 정보 네트워크를 가동한다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탈레반 최고 의결기구격인 ‘지도자 위원회’가 이번 납치 사건을 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탈레반은 21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독일인 2명을 살해한 것은 최고위원회의 사형 선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지 일각에서는 납치 당사자는 가즈니 지역 무장괴한들이며 이 사건을 알게 된 탈레반 지도부가 이 단체를 조종하며 아프간 및 한국 정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추론도 그럴듯하게 나돌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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