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무장조직이 23일 우리정부와의 직접대화를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협상 물줄기의 급변 가능성이 점쳐진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의 간접 협상 기조가 유지되며 효과를 거둘 것이란 자신감을 내비쳤다.
무장조직의 직접대화 요구는 23일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 보도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지에 파견된 우리측 대책반의 문하영 대사가 아프간 정부의 대책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무장단체의 직접대화 요구에 따른 것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측과 무장 단체간 직접협상이 어려운 만큼 우리측 인사를 아프간 정부대책에 참여 시킴으로써 직접대화의 효과를 내겠다는 취지를 무장조직에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무장조직은 간접협상과 이 같은 형태의 대화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직접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이 이날 “아프간 대표단은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비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재 진행중인 부족원로를 매개로 한 간접협상이 일정정도의 진전을 보고 있다며 일련의 외신보도와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한국인을 납치한 무장단체가 우리측과의 직접협상을 요구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이렇다 할 요구사항을 아직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측은 ‘우리 정부→아프가니스탄 정부→파슈툰 부족 원로←탈레반 무장조직’의 협상방식을 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탈레반 무장단체가 3차에 걸쳐 협상 시한을 연장한 데 대해 “납치단체와의 접촉은 해결이 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자신감은 납치단체와 온전한 대화채널을 확보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정부는 한국인 피랍 사흘 만에 탈레반 핵심관계자와의 직접 대화채널을 확보, 상대 의중을 파악하는 데 활용해왔다.
물론 상황급변 시 인질석방의 키를 쥔 납치조직 지도자와 현지 대책반장인 조중표 차관이 직접담판을 지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몰릴 경우 우리측이 과연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테러조직과의 직접협상 불가라는 세계적인 대테러 전쟁의 원칙을 깰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어려운 고비를 맞게 된 셈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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