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처남인 김재정씨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 의원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를 23일 취소하려다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김씨 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가 "아직 (고소 취소와 관련한) 입장 조율이 덜 됐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을 오후로 늦췄다. 잠시 후 김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갖지 않겠다고 기자단에 최종 통보했다.
속사정은 이렇다. 김씨는 오전에 고소를 취소하겠다는 의사를 김 변호사에게 밝혔으나 이 사실을 뒤늦게 안 이 전 시장 캠프가 "우리의 공식 입장은 취소가 아니다"는 뜻을 김씨에게 전하자 김씨가 취소 의사를 철회했다.
캠프 관계자는 "22일 저녁 당분간 고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그 과정에서 캠프의 의견이 김씨에게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22일 회의에서는 '이 전 시장이 당의 화합을 강조해 온 데다 고소를 취소하라는 당의 거듭된 요구가 있었고 자칫 검찰의 무차별적 수사로 우리가 멍들 수 있기 때문에 고소를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19일 검증청문회에서 의혹이 모두 해소됐다면 모르지만 서울 도곡동 땅 문제 등은 오히려 의혹이 커지고 있어 고소를 취소할 경우 검찰 수사가 무서워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비난을 살 수 있는 만큼 당분간 고소를 취소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내에서는 여러 의혹에 연루돼 있는 이 전 시장의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고소를 취소하도록 김씨를 설득해 혼선이 빚어졌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 전 시장 캠프는 도곡동 땅을 매각한 김씨와 이 전 시장 큰형 상은씨의 금융거래 내역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