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2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한 첫 합동연설회를 가졌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의원 등 4명의 경선후보는 본격 경선 레이스의 초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지지자들 간에 몸싸움을 벌어지는 등 과열양상도 빚어졌다.
마지막으로 연단에 오른 이 전 시장은 공작정치 분쇄와 당내 화합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정권 교체 방해 세력이 매우 계획적이고 은밀하게 한나라당의 집권을 방해하고 있다. 왜 한나라당 경선에 여권이 끼어들고 국가정보원이 개입하느냐”며 “우리 국민이 다 알듯 이명박이 대선후보가 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에 후보가 되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어떤 경선후보를 지지하든 우리 모두는 한나라당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우리 서로 싸움하지 말고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또“일할 수 있는 지도자, 경험 있는 지도자를 만나면 대한민국은 선진 일류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박 전 대표는 흰색 셔츠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서 “기호 3번 박근혜가 한나라당의 세 번째 도전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 대선 승리의 영광을 여러분께 바치겠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연설에서 자신이 그 누구보다 강하고 흠 없는 후보임을 부각시켰다. 그는 “12월 19일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공격에도 끄떡 없이 이길 수 있는 당차고 흠 없는 대선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깨끗한 정부를 만들겠다. 가혹할 정도의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겠다”고 은근히 이 전 시장을 겨냥했고, “당 대표 시절 여당 대표 8명을 상대로 8전 8승을 이뤘고 당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을 때 맨 앞에서 온 몸으로 이 정권과 맞서 싸웠다”며 당을 지켜온 경력도 앞세웠다.
첫 연사로 나선 홍 의원은 “이 전 시장은 검증을 견뎌낼 수 없고 박 전 대표의 대북 정책은 5공화국 수준”이라고 양 경선후보를 겨냥한 뒤 “내가 대선후보가 되면 연말 압승을 거둘 수 있고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세 번째 연사로 나선 원 의원은 “한 명은 캐면 캘수록 허물과 의혹이 끝 없이 커져 가고 또 한 명은 한마디 한마디에 수구의 잔재가 스며 있다”며 양 경선후보를 싸잡은 뒤 “나는 한반도 통일의 시대를 반드시 열어 후손들에게 통일의 한반도를 물려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연설회장에는 선거인단 2,000여명, 당원 참관인 1,000여명 등 모두 3,000여명이 찾아 체육관 안팎을 가득 메웠다. 호루라기, 막대풍선 소리에 연호가 행사장을 메우면서 행사 진행이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 피켓과 호루라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당 선관위의 경고는 간단히 무시됐다.
행사 시작 전 이 전 시장 지지자 50여명이 단체복을 입고 관중석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자 관중석 뒷자리에 있던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벗겨라’ ‘내보내’를 외치며 항의하다가 양측이 멱살잡이를 하는 등 곳곳에서 충돌했다. “이런 식으로 충돌하다가는 전국 순회 연설회 도중에 큰 사고라도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이 전 시장 측은 “오빠 먼저”라는 피켓을, 박 전 대표 측은 “줄푸세 박근혜” 피켓을 들고 와 양보 없는 세대 결을 벌였다. 제주가 고향인 원 의원의 경우 지지자 200여명이 오렌지색 복장을 맞춰 입고 응원전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제주=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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