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반군에 납치된 23명의 한국인들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한국인 인질을 풀어주는 대가로 ‘한국군 철군’을 요구했던 탈레반이 ‘탈레반 수감자와 1대1 맞교환’이라는 추가 조건을 내걸면서 인질들의 운명이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현지로 파견된 정부 협상단과 탈레반과의 협상이 진행 중이고, 탈레반측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한국시간 22일 오후 11시30분)도 아무 일 없이 지나 일단 최악의 사태는 피했으나, 인질 맞교환까지는 여러 난제가 깔려 있어 결과는 예측하기 힘들다. 인질 억류지역 주변을 봉쇄하고 있는 아프간 군ㆍ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협상 실패 시 군사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탈레반 수감자 석방’의 열쇠를 아프간 정부의 태도이다. ‘대테러 전쟁’을 수행중인 나토군과 아프간 정부는 원칙적으로 테러 집단과의 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아프간 정부는 3월 탈레반 수감자를 석방하는 조건으로 외국인 인질을 풀어 준 사례가 있다.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아프간 주재 특파원인 다니엘 마스트로자코모 기자는 올 3월 5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통역, 운전기사와 함께 탈레반에 납치됐다가 2주일 만에 풀려났다.
당시에도 탈레반은 아프간 주둔 이탈리아군 철수 등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카불 교도소에 수감된 3명의 탈레반 수감자 석방을 요구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이중 운전기사를 먼저 참수하며 ‘협박’하기도 했다.
아프간에서 철군하라는 야당의 압력에 내각이 붕괴 직전까지 간 이탈리아 정부는 탈레반 수감자를 풀어주도록 아프간 정부를 설득했고,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맞교환은 단 한 번뿐’이라는 전제 아래 결국 5명을 석방했다. 마스트로자코모 기자는 무사 귀환했지만 아프간 정부는 ‘테러집단과 거래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시달렸다.
이 사건 이후 탈레반은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대로 외국인 납치를 ‘무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 수감자를 또다시 석방하는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으리란 전망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아프간에서 납치된 외국인들 중 비극적인 결과를 맞은 사례는 적지 않다. 지난해 3월 11일 아프간 남부 헬만드주에서 독일회사 직원인 알바니아인 4명이 차량 이동 중 납치됐다가 결국 희생됐고 같은 해 4월 28일 아프간 이동통신회사에서 일하다 납치된 인도인 기술자도 끔찍한 최후를 맞았다.
그러나 희망적인 정황도 많다. 4월 프랑스인 민간 구호단체 요원 2명이 아프간인 13명과 함께 탈레반에 납치됐지만 수감자 맞교환 등의 대가 없이 1, 2개월 만에 차례로 풀려났다. 당시 탈레반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군의 철군 방안을 숙고하겠다고 해 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이 여성을 살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여성이 대부분인 한국인 인질들에게는 긍정적인 부분이다. 다만 23명 중 남자들도 5명 포함돼 있고, 탈레반이 한국인보다 하루 앞선 18일 납치한 독일인 인질 두 명 중 한명이 숨진 채 발견된 만큼 한두 명이 ‘경고용’으로 희생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다.
2001년 세계 불교유산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한 데서 알 수 있듯 탈레반이 타 종교에 배타적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