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를 누르니, 저기가 튀어 오르고….’ 금융당국이 빚을 내서 주식ㆍ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대출 과잉을 진정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인‘빚과의 전쟁’에 나섰다. 끝 모를 주식시장 과열과 부동산자금 수요로 조금만 방심하면 각종 명목의 대출이 급증하는 위험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우선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주식시장이 급락할 경우 예견되는 위기를 막기 위해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행위를 제한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19일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융자 잔고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증권담보대출 합계액(신용공여액)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우리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현장 검사했다.
빚에 기댄 투자비율이 높을수록 주식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설 때 ‘깡통계좌’가 속출하고 증권사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는 당연히 시장 변동성을 급격히 확대시키는 문제로 이어진다. 증권사들은 지난달 신용융자 잔고가 사상 처음 7조원을 돌파하며 위험한 그래프를 그리자,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8월 말까지 신용융자 잔고를 5조원대 초반(각 증권사별 5,000억원, 자기자본의 40% 이하)로 줄이기로 결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6조260억원 규모로 줄어들었지만, 금융당국의 기대보다는 하락 추세가 더딘 편이다. 주식, 채권, 펀드 등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증권사들의 증권담보대출도 현재 4조8,3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원(25%) 이상 불어났다.
검사대상이 된 대신증권 등은 신용융자 잔고가 가이드라인인 5,000억원을 넘고 증권담보대출 비율도 수위를 기록 중인 업체들이다. 우리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은 금감원 검사를 받은 후 즉시 신용융자 제한조치를 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신용공여는 법상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언제든지 점검과 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대출도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제한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지만, 호시탐탐 규제의 허점을 이용하려는 대출 수요가 끊이지 않아 금융당국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과 제2금융권(저축은행, 보험사 등)에 일제히 공문을 보내‘처분 조건부 대출’을 받은 사람에겐 대환 대출(빚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신규대출을 해주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처분 조건부 대출이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 받은 사람이 투기지역의 아파트를 추가 구입할 경우 1년 안에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대출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도 다른 금융기관의 대환 대출을 통해 처분 조건부 대출금을 상환하는 편법 사례가 발생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감원은 이런 허점을 없애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반드시 은행연합회 여신정보(CRT)를 통해 기존 주택담보대출이 있는지, 해당 대출이 처분 조건부 대출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금감원은 지난 주에도 은행권 규제 강화로 부동산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비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총부채 상환비율(DTIㆍ연소득 대비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기업 운영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구입 등 다른 용도로 유용한 사례 1,200여건을 적발해 회수 조치했다.
‘빚으로 재테크 하기’가 일반화한 속에서‘빚 잔치’는 가계와 금융기관을 함께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특히 주식시장이 별 다른 조정 없이 연일 강세장을 이어가는 현재의 이상 분위기는 자칫 경제의 안정기조를 위협하는 ‘핵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분석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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