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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장된 협상 시한… 피랍 한인 희생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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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장된 협상 시한… 피랍 한인 희생 없게

입력
2007.07.2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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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 23명과 같은 수의 탈레반 수감자를 맞교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이 나라에서 의료 지원 및 재건활동을 펴고 있는 다산ㆍ동의 부대 철군을 요구했다가 노무현 대통령이 긴급메시지를 통해 연말까지 철군한다는 계획을 다시 공식 확인하자 수감자 석방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이것이 한국인들을 납치한 진짜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자는 현지 시간으로 22일 오후 7시(한국 시간 22일 오후 11시 30분)까지 탈레반 죄수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한국인 인질을 차례로 살해하기 시작하겠다는 내용의 아찔한 통첩을 보냈다. 현지에 급파된 정부 대책반이 무장세력과 접촉에 들어갔으나 피랍자들의 신변안전 여부가 즉각 확인되지 않아 안타깝고 불안하기 그지 없다.

다만 탈레반측이 어젯밤 시한을 재차 연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다소의 시간 여유를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정부는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피랍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풀려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물론 정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탈레반이 요구하는 수감자 석방이 전적으로 아프간 정부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3월에 탈레반에 납치됐던 이탈리아 일간지의 아프간 주재 특파원이 탈레반 수감자 석방 대가로 풀려난 사례가 있긴 하다.

아프간 정부는 당시 ‘테러 조직과의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들어 난색을 표명하다가 ‘이번 한번만’이라는 단서를 달아 수감자를 석방했다고 한다. 이번에는 피랍자 수에 상응해 석방을 요구하는 수감자가 많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걱정이 크지 않을 수 없다.

아프간 정부가 무장단체의 수감자 석방 요구를 들어줌으로써 납치 확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우려해 수감자 석방에 난색을 표명할 경우 상황은 더욱 난감해진다. 국제사회에서도 테러단체와의 거래에 우려를 표시하는 기류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무고하게 희생되게 할 수는 없다.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정부가 외교역량을 총동원하고 지혜를 발휘한다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라고 믿는다. 아프간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아프간에서의 대테러 전쟁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과 나토 등 다국적군 정부의 지원 확보에도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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