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명문 칭화(淸華)대학이 최근 가짜 논문, 논문 표절 등 ‘학술부패’가 극성을 부리자 교수 임명 공고를 내면서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칭화대는 칭화대는 21일 교수 및 연구위원급 49명, 부교수 및 부연구위원급 85명을 뽑는다는 공고를 내면서 이례적으로 지원자에게 5편 이상의 대표 논문을 제출하는 것은 물론, 국내 지원자에게는 국내 전문가의 추천서, 해외 지원자에게는 최소 3명 이상의 전문가들의 추천서를 새로 요구했다.
칭화대가 추천자들과의 접촉을 통해 지원자의 능력과 인성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상대적으로 논문 표절 등을 적발하기 어려운 해외파 학자들의 경우 현지 전문가들과 교차 검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칭화대 관계자는 “표절과 허위 논문 등을 적발하기 위해 엄정한 심사가 진행될 것이며 만약 논문과 이력서에 허위 사실이 발견될 경우 앞으로 임용 지원을 불허하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칭화대가 가짜 논문을 철저히 걸러내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은 지난해 초 칭화대 소속 저명 교수가 논문과 이력을 위조한 것이 발각되는 뼈아픈 경험 때문이다. 칭화대 의학원의 류후이(劉輝) 원장 조리(助理)는 임용 당시 제출한 논문과 이력을 허위로 기재한 것이 언론에 공개됐다. 칭화대는 류후이를 파면했으나 중국 지도층 인사들의 산실이라는 학교의 명성은 큰 금이 갔다.
외과 전문의인 류후이는 저자가 ‘LIU H’인 한 영문 논문을 자신의 논문인 것처럼 밝혔지만 외과의사인 류후이가 에이즈 바이러스에 관한 논문을 쓴 것에 의구심을 품은 학자들이 이를 파헤쳐 문제의 논문이 류홍(劉宏ㆍ영문 LIU H)이라는 다른 재미 중국학자가 쓴 것임을 밝혀냈다.
영문 이름 표기가 같은 것을 이용한 논문 도용인 것이다. 류후이는 또 1999~2004년까지 뉴욕대의과대학 연구센터 주임을 지냈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거짓인 것으로 판명됐다.
중국에서의 가짜 논문, 가짜 연구성과, 가짜 연구 이력 등의 문제는 상당히 심각하다. 지난해 5월 상하이(上海) 자오퉁(交通)대학은 연구성과를 가짜로 꾸며 고속무선 통신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이 대학 미전자학원 원장 천진(陳進)교수를 해임했다.
당시 중국 교육부는 천진의 연구업적을 인정, ‘창장(長江) 교수’라는 직함까지 주면서 국가급 석좌교수로 대우했던 터여서 학계의 충격과 타격은 더욱 컸다.
지난해 중국 박사과정 연구생의 60%가량이 학계에 논문 표절이 만연하고 있다고 답하면서 논문출간 등을 위해 뇌물을 썼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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