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ㆍ13합의에서 규정한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에 핵무기를 포함해야 한다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1일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마치고 평양으로 떠나기 앞서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핵무기를 신고할 것이냐"는 한국일보 기자의 질문에 "여러분이 생각을 좀 해 보면 알게 된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어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현존하는 핵 계획의 해체"라고 덧붙여 핵 시설과 핵무기 폐기를 별개의 협상 대상으로 구분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앞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미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20일 폐막한 수석대표회의에서 "핵무기와 핵 기폭장치까지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달로 예정된 비핵화 실무그룹회의에서 핵 프로그램 신고 범위 등을 둘러싼 마찰이 예상된다.
김 부상은 이와 함께 "핵 시설을 무력화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하자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밝혀 핵 시설 해체 대가로 경수로를 요구할 것임을 못 박았다. 그러나 한미는 북측이 핵무기를 해체한 뒤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야만 경수로 제공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부상은 또 연내 불능화에 대해서도 "(상호) 신뢰가 구축되면 확인 가능할 것"이라며 "시간이 없어 시한을 정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치ㆍ경제적 상응조치 여하에 따라 연내 이행 의사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우리가 할 것은 명백한 데 다른 쪽은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시한을 정하지 못한 화살을 한미 등 5자 당사국에 돌렸다.
그는 그러면서 "핵 문제 해결의 기본은 중유 제공이 아니라 정책(미일의 대북적대시정책)을 바꾸는 것"이라며 "우리는 중유를 먹는 기생충이 아니다"고 말했다.
6자회담 당시 말을 아꼈던 김 부상은 이날 서우두 공항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북측의 입장을 자세히 밝혔으며 "회담 경과에 만족한다"고 말하는 등 시종 여유 있는 태도를 취했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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