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상황은 생각하기 싫지만 당장 이곳을 떠나야 할지 가슴만 태우고 있습니다.""현지인들도 라디오 등 방송을 통해 들은 상황을 전해주는 등 함께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체류하고 있는 교민들은 22일 오전 카불과 칸다하르 등 각 지역 한인회별로 대책회의를 갖고 민간 정보 교류망을 구축하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20일 샘물교회 신도들의 피랍 소식을 접한 뒤 교민들은 극도의 충격과 공포감 속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수도 카불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권용주(46)씨는 "지난 2월 테러로 윤장호 하사를 잃은 기억이 채 가시기 전에 23명이나 되는 한국인이 피랍 돼 가슴이 너무 떨린다"며 "방학 중인 아이들은 외출을 통제하고 어른들도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현지 상황이 악화함에 따라 단기 봉사활동을 하러 온 20~30대 의료진 등 30여명에게 피랍 정보를 알려 주고 출국을 유도하고 있다고 권씨는 전했다.
동의ㆍ다산부대를 제외한 아프간 체류 교민은 모두 150여명. 개인사업가 및 기업의 해외사무소 주재원 등 38명을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국제협력단(KOICA) 동서문화교류재단 한민족복지재단 아시아협력기구 등 10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및 선교사들이 대부분이다.
아프간에서 활동해온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순수 의료ㆍ교육 봉사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현지인들의 반감은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민족복지재단 칸다하르 주재원 백기영(46)씨는 "칸다하르 등 4개 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병원, 유치원 등을 세워 운영해왔다"며 "현지인들도 속속 상황을 전달해 주는 등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일로 국내외 여론이 악화해 이곳에서 더 이상 봉사활동을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프간 교민들은 정부의 현지 교민 안전대책에도 불만을 나타냈다. 백씨는 "4년 동안 현지에서 일하는 동안 정부는 치안이 위험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교민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거나 교민 활동에 협조해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민족복지재단 아프간 사무소는 서울 본부와 연락을 취하면서 대응책을 마련 중이며, 당장 단기 봉사팀과 함께 아프간을 떠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백씨는 전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으로 입국 루트인 두바이 주재 아프가니스탄 영사관은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인에 대한 입국사증(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두바이=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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