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2차 협상시한인 22일 밤 11시30분을 넘겨 재차 시한을 연장하는 발표가 있기까지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인질 억류지점 현장은 긴박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아프간 정부군의 인질 구출작전이 전개된다는 소식에 한국정부가 곧바로 이를 부인하는가 하면 탈레반은 구출작전 전개 시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공언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됐다.
아프간 정부에서 구출작전을 부인, 일단 위기국면은 넘겼으나 한국인 인질이 붙잡혀있는 지역에 대한 봉쇄가 계속되고 있어 상황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국면이 계속되고 있다.
군사작전 준비(?)
이날 오후 아랍 위성뉴스 채널인 알 자지라 방송은 정시 뉴스를 통해 “다국적군과 아프가니스탄군이 한국인 인질 23명 구출 작전에 돌입했다”는 독점 화면을 내보냈다. 이에 따르면 카불_칸다하르 간 도로 지역에서 22일 오전 군사작전을 위해 모인 병력이 집결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알 자지라 카불 특파원은 "군사작전은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아닌 다국적군이 병력을 이동하는 것은 확실하다"며 "미군의 험비(군용지프) 10여대가 미군 병사를 싣고 가는 것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 화면엔 거치식 기관총을 장착한 지프와 무장한 군인들이 도로 옆 황무지에서 대열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다.
아프가니스탄 보안군도 이날 나토군과 함께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한국인 23명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고 공식 밝혔다.
이에 앞서 아프가니스탄 현지 뉴스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와 AFP 등은 아프가니스탄 군ㆍ경 등이 한국인 억류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작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AIP는 이번 작전이 ‘무가니’(오리)로 명명됐으며 자불 주의 메즈나와 퀼라트 지역을 시작으로 향후 48시간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들 지역에서 아직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국방부 대변인 자히르 아지미 장군도 이날 "아프간 군경과 정보요원 및 다국적군 병력이 카라바흐 구의 한 마을을 포위했으며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고 밝혔다고 dpa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당국은 이 같은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협상을 통한 인질 석방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국방부도 한국 정부 대책반과 협상 등 대책을 논의한 뒤에야 작전 돌입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고 AIP와 AFP 등은 보도했다.
남아시아 지역에 파견된 한국 외교 소식통도 아프간 군ㆍ경이 한국인을 구출하기위한 작전에 돌입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아프간 보안군이 한국인 구출 작업에 나섰다는 AFP 통신의 보도가 사실인 지에 대해 현지 한국 대사관과 아프간 국방부에 문의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프간에서는 군사작전 소식이 잇따르는 등 긴장감이 크게 고조됐으나, 탈레반측이 협상시한을 재차 연장함으로써 일단 최악의 국면은 벗어났다.
긴박한 협상 진행
작전 임박이 나도는 가운데 아프간 정부측이 주도하는 중재협상도 본격화했다. 아프가니스탄 정부 대표단은 이날 한국인 23명이 납치된 카라바흐로 직접 이동, 이 지역의 부족 원로들에게 석방 중재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 대표단이 한국인 인질 석방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카라바흐 부족 원로들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는 부족 원로들이 정부와 탈레반 무장세력간 중재자 역할을 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파탄 주지사는 전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현 단계에선 아프간 정부와 직접 협상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정부와 부족 원로들이 협상하고 있고 원로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 통신도 아프가니스탄 군.경이 한국인들을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여러 지역에 대해 포위에 나섰다며, 아프간 군의 모하마드 자히르 아지미 대변인의 말을 인용, "이날 아프간에 도착한 한국측 대표단과 만난 뒤 행동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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