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집단 납치한 아프가니스탄 반군 탈레반과의 관계로 새삼 주목되고 있는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베일에 쌓인 일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영국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21일 빈 라덴을 지근에서 지난 5년간 수발해온 아프간인 요리사의 증언을 통해 그의 근황을 소개했다. 데일리>
올해 65세인 아흐타르라는 이름의 요리사는 9ㆍ11 테러 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 특수부대의 끈질긴 추적을 피하며 '신출귀몰'해온 빈 라덴의 도피 생활이 '대단히 고통스런 나날'이었다고 묘사했다.
얼마 전 빈 라덴을 '모시는' 중책에서 물러나 카불 교외의 과수원에 기거하는 아흐타르는 전문 요리사 출신은 아니었다. 하지만 빈 라덴이 먹는 음식에 독을 탈 우려 때문에 신분이 확실한 아흐타르가 전속 요리사 겸 잔심부름꾼으로 발탁돼 계속 일해 왔다고 한다.
아흐타르에 따르면 부호 출신인 빈 라덴은 종종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는 투로 말하면서 음식에 까다로운 불평을 털어 놓기도 했으나 간소하게 마련된 식사를 매번 깨끗이 비웠다.
때문에 아흐타르는 내내 빈 라덴을 위해 요리 실력을 발휘할 필요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빈 라덴의 식단은 간단해 아침에는 달걀 스크램블로 때웠고, 점심과 저녁 경우 양고기 볶음이면 충분했다. 특히 빈 라덴은 양파와 버터, 아몬드, 오렌지, 건포도를 양고기와 섞은 볶음을 너무 좋아해 거의 매일 해주었다.
파키스탄 국경에 인접한 동굴 '은신처'에 숨어 지내는 빈 라덴의 일상 생활은 알려진 대로 대단히 검소하고 하루 대부분을 기도와 강연, 설교를 하는데 보내고 있다.
매일 오후 추종자들을 상대로 한 장시간에 걸친 설교의 내용은 주로 미국 등 이슬람의 적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선동하는 것이며 지난 14일 CNN을 통해 공개된 비디오테이프에서 나타난 것과 대동소이하다.
빈 라덴은 오랜 만에 배포된 동영상에서 순교를 영광으로 가는 무슬림의 수단이자 길이라고 찬양하며 테러를 촉구했다.
그는 한밤중에 일어나 거의 잠을 자지 않았으며 이슬람 신자의 하루 5번보다 더 많은 기도를 알라신에 바쳐 왔다.
빈 라덴은 방도 팔레스타인 출신 보좌관인 아부 마즈, 아흐타르와 함께 사용했으며 하나 뿐인 침대도 연장자라는 이유로 아흐타르에게 양보했다고 한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빈 라덴은 항상 유머를 잃지 않고 자주 농담을 던져 주위를 웃기기도 했다. 일례로 그는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가기 전에는 항상 흥분됐다. 4명이나 되는 아내가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동안은 즐기는 시간"이라는 성적 농담도 하곤 했다고 아흐타르는 술회했다.
한편 이라크 주둔 미군은 지난 4일 알 카에다 연계 조직의 고위 인사인 할리드 알 마시하다니를 바그다드 북부 모술에서 체포해 빈 라덴에 대한 포위망을 더욱 조였다. 알 마시하다니가 이라크 내 알 카에다 조직의 최고 지도자 아유브 알 마스리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 마스리와 빈 라덴, 아이만 알 자와히리 간 연락책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 의회는 13일 빈 라덴의 목에 걸린 현상금을 종전의 2배인 5,000만 달러로 증액하는 결의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그의 체포를 부추겼다.
이정흔 기자 viva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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