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교수’ 직함에다 광주비엔날레 총감독까지 오르면서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불려 온 신정아(35) 동국대 조교수가 가짜 박사학위로 결국 교수 자리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 신씨는 특히 학교측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함에 따라 하루 아침에 교수에서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신씨 학력 위조 사건을 조사해 온 동국대 진상조사위원회는 20일 브리핑을 통해 신 씨를 파면하고 검찰에 고발키로 하는 한편 신 씨 임용 당시 검증 라인에 있던 관계자들을 모두 문책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홍기삼 전 총장 등 학교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동국대측은 그러나 “신 씨 채용 과정에 아무런 외압이나 비리가 없었다”고 밝혀 ‘부실 조사’, ‘감싸기 조사’ 비난을 사고 있다.
홍 전 총장 과욕이 원인
동국대측은 신 씨가 조교수 자리에 오르게 된 이유에 대해 “좋은 인재를 뽑으려는 홍 전 총장의 과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홍 전 총장이 지나치게 (교수 채용에)의욕을 보이다보니 학력 관련 서류를 접수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학ㆍ석ㆍ박사 성적증명서가 빠지는 등 행정상 큰 실수가 있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교수 특별 채용 방식이나 절차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총장이 권한을 잘못 행사해 빚어진 ‘우발적 실수’라는 뜻이다.
홍 전 총장은 이날 조사위에 낸 ‘동국가족에게 드리는 글’에서 “신 씨를 교수로 선발했던 사람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예일대에서 학위 취득을 증명하는 팩스가 왔으므로 학력 위조를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석연치 않은 해명
조사위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신씨 채용과정의 외압이나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고 정면 부인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 외압이나 금품에 의한 청탁 비리가 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홍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외압에 의한 인사를 단 한 건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며 “임용택(법명 영배) 현 이사장도 이사로 재직하고 있었지만 신씨 채용 당시는 사표를 낸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동국대측은 결국 홍 전 총장의 발언만을 근거로 외압, 금품 수수는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학교측은 교수 임용 비리 등이 생기면 당연히 뒤따라야 할 수사 기관 계좌 추적 의뢰 등 후속 조치는 전혀 하지 않아 의혹을 되레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 전 총장 자신도 “유능한 교수를 초빙하려다 총장과 대학 행정당국이 어처구니 없이 속은 사건이지, 어떤 은밀하고 부도덕한 거래가 개입된 채용 비리 사건이 결단코 아니다”라는 말로 화살을 피해갔다. 그는 “우리 대학과 본인은 이 사건의 최대 피해자”라는 주장도 했다.
부실 조사 불가피할 듯
조사위측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나마나한 조사”라는 비난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곳곳이 허점 투성이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교수 채용 비리 문제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몽땅 학내 인사로만 꾸린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 학교 주변에서 “사건을 고의적으로 은폐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진상조사위원장인 한진수 학사부총장의 처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 부총장은 신씨의 학력위조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언이 나왔지만 추가 조사는커녕 “신씨의 학위는 진짜”라고 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조사 대상 축소 논란도 일고 있다. 조사위는 홍 전 총장, 임 현 이사장, 당시 기획처장 2인 등 13명을 조사했으나 당시 이사장이었던 현해 스님 등 핵심 고위직 일부는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사표를 냈다던 임 현 이사장도 신씨 채용을 위한 이사회에 참여했다는 게 불교계의 전언이다.
학교 차원의 신씨 조사는 일단 마무리됐지만 학교측이 당시 예일대측에 신씨 학력을 조회했는지 여부는 풀리지 않았다. 동국대측은 분명히 조회를 의뢰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예일대는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조사위는 “2005년 9월 22일자로 예일대로부터 온 것처럼 보이는 가짜 학력 조회 회신이 팩스로 오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예일대가 계속 조사 를 하고 있다”고 말해 전말이 드러나기 까지는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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