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 봉사활동을 떠났다 납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샘물교회 단기 선교 협력봉사단원들의 가족들은 20일 믿을 수 없는 비보에 “제발 무사히 살아 돌아와 달라”고 절규했다. 이날 밤 늦게 납치 무장세력 대변인이 아프간 주둔 한국군의 철수를 요구하며 피랍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과 교회 관계자들은 충격 속에 말을 잇지 못했다.
무사귀환 기도하는 가족들
피랍자 가족들은 한결같이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서명화(29ㆍ여) 경석(27)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는 “참담한 심정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기도만 할 뿐”이라며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정부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전북 익산시 집에서 남매의 무사귀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분당 서울대병원 간호연구원인 명화가 지난해 아프리카 우간다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이번엔 취업준비 중인 경석이와 함께 떠났다”면서 “매년 여름마다 가는 봉사활동이라 안심했는데…”라며 고개를 떨궜다. 남매의 어머니 이현자(54)씨는 피랍 소식을 알린 사위 이성현(32) 샘물교회 전도사의 전화를 받고 안방에서 몸져 누웠다.
피랍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이영경(22)씨의 아버지 이창진(51)씨는 “대학 졸업반인 둘째 딸 영경이가 작년에는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며 “어학연수를 보내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또 봉사하러 간다며 좋아했다”며 가슴을 쳤다. 그는 “어제 이상한 생각이 들어 딸아이가 로밍을 해 간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여동생 김경자(37)씨의 피랍 소식을 듣고 교회로 달려온 언니 김모(40)씨는 눈시울을 붉힌 채 애를 태웠다. 아들 제창희(38)씨의 피랍 소식을 접하고 교회로 들어선 제씨의 어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수건으로 눈물만 훔쳤다. 30대 중반의 한 피랍자 가족은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에 선교활동을 하러 간다고 하길래 몸 조심을 하라고 그렇게 당부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밤새 기도 이어진 교회
교회 관계자들도 황급히 교회로 나와 시시각각 전해지는 현지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살해 협박 소식이 전해지자 교인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초조해 했다.
교회 사무처장인 권혁수 장로는 “교회에서 알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어 정부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무사귀환을 바라는 기도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일반 신도들도 교회로 나와 피랍자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한 모녀 신도는 “부모의 심정으로 기도하러 왔다”며 “좋은 목적을 가지고 간 사람들인데 이런 청천벽력이 있느냐”고 말했다. 샘물교회는 21일 새벽 피랍 교인들의 무사귀환을 비는 기도회를 열었다.
샘물교회에는 50여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으나 교회 측은 “정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어떠한 내용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출입문을 봉쇄하고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교회 관계자는 “납치 무장세력이 한국 언론의 보도 내용을 모니터링하면 피랍자들의 신변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교회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려는 피랍자 가족들의 입을 막는가 하면, 눈가가 붉어진 가족들 옆에서 함박웃음을 터트리기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익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김종한기자 tellme@hk.co.kr성시영 기자 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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