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이 20명 안팎의 한국인을 납치한 뒤 오늘 정오까지 아프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을 철수시키지 않으면 모두 살해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AP통신은 어젯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탈레반의 대변인이라는 인물이 자사에 위성전화를 걸어와 이러한 내용을 통보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설마했는데 2004년 이라크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하다가 이슬람 저항세력에 납치돼 참변을 당한 김선일씨 사건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렵고 안타깝다. 경기 성남의 한 교회 소속 신도들인 피랍자들은 숫자도 많은 데다 대다수가 여성이어서 충격과 놀라움이 한층 더 하다.
물론 아직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피랍자 숫자가 정부가 파악한 것은 21명인데 탈레반의 대변인이라는 인물은 18명이라고 밝혔다. 또 무장단체들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오늘 정오를 아프간에 주둔 중인 동의ㆍ다산 부대의 철군 시한으로 제시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납치 목적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최근 탈레반 세력의 폭탄테러와 납치 사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정부는 어떤 가능성에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사건이 일어난 카불 남쪽 지역은 미군과 나토군이 중심이 된 다국적군의 철군을 목표로 이슬람 저항세력의 폭탄테러 공격과 외국인 납치가 성행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 동의ㆍ다산 부대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현지에서 의료 지원과 복구 활동을 펴고 있는 것이 이슬람 저항세력을 자극했을 수도 있다. 지난 3월에는 다산부대원 소속 윤장호 하사가 바그람 기지에서 저항세력의 폭탄테러로 숨지는 아픔을 겪었다. 정부는 침착하면서도 신속하게 대처해 고귀한 목숨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프간 지역에 장기 체류하면서 선교활동을 하는 기독교인이 100명이 넘어 벌써부터 이들의 안전이 우려되던 터였다. 이번 사태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측면이 있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야 하지만 당사자들도 조속히 귀국하는 등 정부의 수습 노력에 최대한 호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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