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재개된 6자 회담이 기대와 달리 별다른 소득 없이 끝이 났다. 지난 3월 6자 회담에 이어 신고ㆍ불능화 등 2단계 조치 이행 협의가 이번에도 제자리 걸음만 계속한 것이다.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20일 중국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수석대표회의를 열어 ▦내달 중 비핵화, 경제ㆍ에너지 등 5개 실무회의 개최 ▦9월 초 6자 회담 재개 후 이른 시간 내 6자 외무장관 회담 개최 등 2ㆍ13합의 2단계 조치 이행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 일정 만을 합의한 뒤 종료됐다.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반환문제 해결에 이어 북측의 5개 핵 시설 폐쇄조치로 2단계 조치로 진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의 길이 순탄한 여정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6자 회담 수석대표들은 이날 발표한 '언론성명'(Press Communique)에 핵심 사안인 2단계 조치 이행의 구체적 일정에 대한 합의를 담아내지 못했다. 북측은 모든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 이행과 관련해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약속만 내놓았다.
다만 실무회의 논의를 거쳐 차기 6자회담에서 2단계 이행 로드맵(일정)을 정하기로 합의, 그나마 연내 이행의 희망을 미약하게나마 가질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은 한ㆍ미가 2단계 조치 진전에 대해 성급한 기대를 가진 반면 북측은 여전히 준비 부족 상태였다는 점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사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6자 회담 수석대표회의 전 "이번 회담은 브레인 스토밍 차원으로 어떤 성과를 내기를 어렵다"고 했지만 북측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갑자기 회담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핵 신고나 불능화에 대한 신속한 이행의사를 김 부상이 회담 첫날 6자, 양자회동에서 나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내 이행을 위한 각론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자 북측의 준비 부족으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신고ㆍ불능화 이행에 대응해 받을 중유 95만톤 상당 가치의 에너지나 시설 등에 대한 북측이 '무엇으로 어떻게 받을지'에 대해 준비된 답안지를 가져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중유 저장능력이 월 5만 톤 밖에 되지 않는 북측이 중유ㆍ에너지가 지원될 경우에 대비한 사전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북측이 전제로 든 불능화의 기술적인 검토부분도 마찬가지 경우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북측이 2단계 이행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이 나도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2단계 이행도 기술적인 부분을 다룰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더욱이 북측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렸느냐에 대한 의심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 부상의 말 잔치와 달리 이번 언론발표문에 이행 시기에 대해 추상적으로라도 언급이 없는 점이 그렇다.
베이징=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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